최근 한 회사가 중국 시장에 몇백만달러 어치의 소프트웨어(SW)를 수출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 뚫기 어렵다는 중국 시장에 SW를 수출했다니, 그것도 수출 규모가 수백만달러나 된다니…. 역시 우리나라는 SW강국이야.」
「이 업체 제법 뜨겠군.」 이런 생각을 하면서 경탄을 하고 있을 즈음 갑자기 찬물을 뒤집어 쓴 듯한 내용을 확인하게 됐다.
그 내용은 바로 이렇다. 「A사가 중국에 현지법인 B사를 설립했다. A사는 그 B사와 중국 시장에 대한 총판계약을 맺었다. B사는 향후 2년간 A사의 제품을 몇백만달러 어치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것이 A사가 중국 시장에 몇백만달러 어치의 SW를 수출하겠다는 내용의 전말이다.
물론 서류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B사는 법적으로 중국 현지법인이고 A사는 그 법인을 대상으로 2년간 수백만달러의 SW를 판매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냈으니 수출은 수출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 제대로 된 중국 시장 수출의 모습일까.
최근들어 중국 시장에 SW를 수출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물론 이 중에서 정말 어렵게 고생을 한 결과 SW 품질을 인정받아 수출한 사례도 없지 않다. 그러나 『중국에 SW를 수출했다고 하는 업체들의 90%는 실제 매출과 전혀 관계없는 서류상 놀음』이라는 모 SW업체 사장의 말처럼 편법으로 중국 수출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거나 실적을 부풀리는 사례가 상당히 많은 게 분명하다.
이 같은 사례에는 실체없는 「서류상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와 계약하는 과정을 밟거나 아니면 IT나 SW와 전혀 관계없는 중국 회사에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아무 법적인 책임도 없는 수출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상당수에 이른다.
특히 이들 가운데는 처음부터 수출에는 관심도 없고 국내 홍보 및 마케팅 대용으로 중국 수출건을 이용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 코스닥 등록업체나 등록을 앞둔 업체의 경우 중국 시장 수출만큼 회사의 잠재성을 알릴 수 있는 소재도 드물기 때문이다.
또 한국 기업들이 중국 업체를 파트너로 삼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 이러한 서류작업을 전문적으로 대행해 주는 브로커들까지 활개를 치고 있는 실정이다.
십수억명에 이르는 방대한 인구와 아직 개척되지 않은 IT 처녀림, 인터넷 열풍과 중국 정부의 의욕적인 정책에 이르기까지 누가 봐도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중국 시장을 소재삼아 실체없는 수출 계약서로 한두번의 재미는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번의 거짓말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더 큰 거짓말을 해야만 한다. 한번 재미보고 이 바닥을 뜨겠다는(?) 한탕주의 업체가 아니라면 이 같은 얄팍한 「장난」은 스스로에게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컴퓨터산업부·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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