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테헤란밸리의 골드러시와 밴드왜건...

한국통신 사내기업장 박준홍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무수히 등장하고 있는 인터넷 기업인 닷컴(.com)들의 현재 모습은 과거 미국의 서부개척 시대에 금광을 찾아 몰려들던 포장마차와 흡사한 점이 매우 많다.

우선, 현재의 인터넷 보급 확대는 과거 금광발견 이상의 기대감을 기업에 주고 있다. 과거 금광의 발견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서부로 몰려들던 것처럼 신규수익 창출을 꿈꾸며 온라인상으로 몰려드는 오늘날 기업의 모습은 마치 현대판 골드러시를 연상케 한다.

둘째, 과거 금광발견을 위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서부로 떠난 포장마차처럼 현재의 기업도 인터넷 사업에 사운을 걸고 있다. 과거 금광을 찾아 떠났던 사람 중 상당수가 중도에 운명을 달리한 것처럼, 현재 온라인상의 닷컴 또한 사업중도에 도산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실례로 지난 5월 영국의 대표적 인터넷 의류상인 boo.com이 추가투자 실패로 도산했고, 인터넷 기업의 대표격인 amazon.com마저 인력을 축소했으며 국내에서도 몇몇 중견 닷컴들이 도산했다.

셋째, 과거나 현재 모두 공통적으로 금광을 찾은 사람보다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다는 점도 비슷하다. 물리적으로 그 양이 제한적이었던 과거의 금광은 먼저 발견한 사람의 소유가 됨에 따라 뒤에 도착한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금광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다수의 사람은 광부로 예속되거나 타 업종에 종사하게 됐다.

비록 현재의 인터넷 사업이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닷컴간 윈윈 모델이 가능하다고는 하나, 닷컴기업간에도 동일사업내에서는 경쟁력이 높은 소수의 닷컴만이 남아 모든 것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과거 금광을 찾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보다는 그 사람들을 상대로 청바지 장사를 하던 사람이 더많은 돈을 벌었다. 지금도 닷컴보다는 닷컴을 상대로 하는 장비회사 및 광고회사가 더욱 많은 재미를 보고 있어 현대판 청바지 회사라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과거와 지금의 골드러시가 갖는 공통점은 밴드왜건 효과라 말할 수 있다. 과거 골드러시 기간에 불확실한 금광을 찾아 떠나는 과정에서 금광에 큰 관심을 갖지 않던 사람들까지도 서부로 가는 마차에 동승한 것에서 유래하던 밴드왜건 효과가 지금도 발생을 하고 있다. 독창적인 사업모델 및 철저한 사업계획 없이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무작정 따라하기식의 닷컴들이 셀 수도 없을 만큼 온라인상에 등장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하나의 새로운 산업이 자리잡기 위해 수십년간의 시행착오를 겪어오는 동안 수많은 기업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산업이 성장과 쇠퇴를 순환하는 동안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도태한다. 지난 1886년 독일의 칼 벤츠가 자동차를 발명한 이래 약 6000여개의 자동차업체가 탄생했으나, 1세기가 지난 현재의 자동차업체는 도산하거나 인수합병(M&A)에 의해 전세계에서 불과 10여개로 재편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타 산업에 비해 초기부터 완전경쟁 모델인 인터넷 산업의 닷컴들은 과거의 타 산업보다 단기간에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타 산업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인터넷 산업의 닷컴 또한 경쟁력이 없다면 시장에서 퇴출당한다는 것에는 예외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일부 닷컴들은 이같이 평범한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타 회사는 몰라도 자기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환상에 빠져 있는 듯하다. 이제 닷컴은 생존하기 위해 추가 투자유치를 위한 환상적인 사업계획 작성보다는 실질적 영업성과를 보여줘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면 과거 골드러시 시절 금광을 찾으러 갔다가 노동자로 전락한 사람들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초기 단계인 현재의 인터넷 산업에 얼마나 많은 금광이 숨겨져 있는지는 아무도 모를 정도로 시장 잠재성은 무한하다. 닷컴들이 현대판 골드러시에서 탈락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고유영역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공통영역에서의 상호협동에 의한 시너지 창출이 필요하다. 현재의 닷컴이 찾아가고 있는 인터넷 금광은 물리적으로 제한됐던 과거와 달리 얼마든지 그 크기를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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