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벤처캐피털 업체의 투자의식 전환

인터하우스 한상천 사장

현재 중소기업청 홈페이지에 등록되어 있는 우리 나라의 벤처캐피털 업체수는 줄잡아 8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벤처캐피털 업체들의 벤처투자 역사는 극히 짧다. 2∼3년 동안 새로이 등장한 벤처 투자열풍은 경제·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우리는 이 시점에서 현재의 벤처캐피털 업체의 투자 방식내지는 행태가 올바른 것인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우리 나라보다 훨씬 앞서 시작된 미국 벤처 산업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미국 벤처캐피털 업체들의 투자방식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 중 하나는 그들이 투자한 회사들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한 뒤 비슷하거나 협력 관계가 될 만한 업체끼리 엮어 서로간 시너지를 최대한 발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물론 투자한 금액과 그 이상의 투자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벤처기업에 투자한 일차 목표겠지만 투자한 업체의 이익이 커지면 더 많은 투자이익을 낼 수 있다는 전제를 항상 염두해 두고 그 기업들을 돕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것이 그들의 투자 문화다.

예를 들어 어떤 벤처캐피털 업체가 성격이 비슷하거나 협력할 수 있는 A, B, C 세 곳의 벤처기업에 투자를 했다고 하자. 벤처캐피털 업체는 A사에 필요한 각종 자원을 B사가 도울 수 있도록 하고 B사에 필요한 부분은 A사나 C사가 지원하도록 하여 세개 회사가 서로에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 준다. 또한 새로 투자할 D라는 업체가 물망에 올랐을 때 그들은 이미 투자한 세개 업체와의 시너지를 최대한 고려해 투자를 결정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투자한 회사 또는 투자할 업체에 대한 사업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 때문에 미국의 벤처캐피털 업체에서 일하는 인력 중 상당 부분은 하버드나 스탠퍼드 대학 등 명문대 출신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미국 벤처기업들은 일단 투자를 받게 되면 벤처캐피털 업체로부터 각종 경영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업체보다 훨씬 수월하게 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다. 이 때문에 능력 있고 명망있는 벤처캐피털 업체로부터 투자 받는 것 자체를 성공의 첫 단계로 보고 이러한 벤처캐피털 업체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 벤처기업들은 열심히 노력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안타깝게도 이와는 사뭇 다르다. 대부분의 벤처캐피털 업체들은 미국의 예와 같이 벤처기업들의 시너지를 높이는 일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미 투자한 업체는 뒤로 제쳐두고 항상 새로 투자할 업체를 찾는데 혈안이 돼 있다. 일단 투자를 한 업체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매출을 높여서 코스닥이든 3시장이든 주식을 팔 수 있는 환경을 하루라도 빨리 만들라고 강요한다. 얼마 전에 모 벤처투자업체가 자사에서 투자한 유망한 벤처기업들의 CEO를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라며 자리를 주선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자리에 모인 각 벤처기업의 대표들은 서로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회의에 참석했다가 내용도 없는 껍데기 모임임을 알고 입을 모아 불평하며 얼마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모일 자리만 준비하면 끝이라는 벤처캐피털 업체의 안일한 생각 때문에 원래 취지와는 반대로 서먹서먹한 분위기만 연출됐을 뿐 기대한 목적을 달성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처음 언급한대로 우리 나라 벤처투자 역사는 매우 짧다. 당연히 시행착오 또한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모처럼 맞은 벤처 중심의 경제 활성화가 오래도록 지속되고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게 하려면 하루 빨리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벤처 거품론」이니 「닷컴기업 퇴출」이니 하는 말이 최근 들어 빈번하게 들려오고 있다. 벤처기업뿐 아니라 투자한 회사도 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벤처캐피털 업체로부터 투자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끼고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바로 벤처캐피탈 몫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투자 성공의 길은 결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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