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e비즈니스 전담조직 실태

국내 주요 그룹사들이 기업 안팎에 e비즈니스를 위한 전담조직을 두고 있거나 설립하려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삼성을 제외한 대부분의 그룹사들은 「그룹단위의 e비즈니스는 없다」는 것을 공식입장으로 밝혀온 터라 그룹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개별 기업 단위에서 전개돼 온 e비즈니스가 향후 그룹 단위로 조정될 가능성이 짙어졌다.

◇현황=SK의 「AP컨설팅」은 최태원 회장과 직접 연결돼 e비즈니스에 관한 각종 사업을 구상하고 컨설팅 역할을 도맡고 있다는 소문이다. 특히 최근 SK텔레콤이 설립한 「와이드앤닷컴」이 주목받고 있다. SK텔레콤의 마케팅전략 파트에서 분사한 이 기업의 설립 목적은 무선인터넷 서비스(nTOP)와 관련된 모든 콘텐츠를 총괄, 제휴 콘텐츠 제공업체를 물색하거나 제휴 이후 관리를 맡는다는 것이다.

이웅렬 회장 중심의 코오롱은 「삼두마차」 체제다. 우선 지난 3월 설립된 「코오롱벤처창투」가 모체인 「아이퍼시픽파트너스(IPP)」는 벤처 인큐베이팅 사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IPP는 기업간(B2B) 상거래 및 무선인터넷 관련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에 집중 투자, 육성해 궁극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코오롱그룹의 e비즈니스를 성공시킨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홍순 부회장 중심으로 e비즈니스를 벌이고 있는 삼보는 조직내부에 인터넷사업부를 가동하고 있지만 80년대 말부터 벤처 분야에서 주목받았던 정철 사장이 이끌고 있다는 점, 독립법인이 아님에도 이용태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두루넷 빌딩에 입주, 독자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e삼성」을 중심으로 e비즈니스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의 경우 그 역할을 구조조정본부(구조본) 재무팀이 도맡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삼성 구조본 재무팀은 이건회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씨가 주요 주주로 있는 삼성전자·삼성생명보험·에버랜드 등의 재무·회계팀 출신들이 주류다. 지금까지 드러난 e삼성부터 「오픈타이드코리아」, 9월경 가시화될 금융포털 「가치네트」 재무팀 산하에 사안별 TF팀이 추진한 작품들이며 실질적인 삼성그룹의 e비즈니스를 수행할 전담조직이다.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와 물류사업을 차기 신규 주력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일제당도 가칭 「CJ홀딩스」라는 e비즈니스 관련 지주회사를 연내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왜 만드나=「구태의연한 재벌의 관행」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룹사들은 전담조직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룹이 특정 관계사에 기반하지 않은 별도 조직을 총수 영향력 아래 가동하는 이유는 향후 디지털 경제의 핵심인 e비즈니스라는 사업 영역을 직접 틀어쥐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신설 조직의 궁극적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이 기업들은 지금 당장 기획과 아이템을 발굴하는 「전략 부대의 역할」이지만 앞으로는 그룹 e비즈니스의 중심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기업이 캐피털사업보다는 인큐베이팅 사업에 주력하고 해외시장 진출 등의 「글로벌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그룹 e비즈니스의 지주회사」로 재정립될 가능성이 높다.

설립되는 기업의 자금 출처가 총수가 지배주주로 있는 기업과 총수 개인자산으로 구성된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그룹 해체를 요구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분상 대주주로 있지 않은 기업이 투자하는 벤처기업이나 신규사업은 엄밀히 말해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전략도 필연적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EC를 최종 구현하기 위해서는 마켓플레이스, 결제, 물류 등의 전 인프라가 갖추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강조되면서 오프라인 관계사의 역할을 조정할 단위가 필요하다는 이유도 제기되고 있다.

◇어떻게 볼 것인가=이같은 사업 방식에 대한 업계 반응은 「재벌의 e비즈니스」와 맞물려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재벌이라고 해서 인터넷 분야에 뛰어들지 못하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런 사업 방식의 결과가 부당한 자금 지원을 통해 벤처 산업을 재벌의 수하에 두는 기형적 산업 구조를 만들거나 「탈법적 행위」를 통한 총수의 부당이익 취득으로 연결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특히 후계구도 계승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부측의 시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주요 그룹사의 부당내부거래에 e비즈니스와 관련돼 신규로 설립하거나 분사한 기업, 구조조정본부의 역할 등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비즈니스를 향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재벌기업의 잰 걸음은 「국가경제차원의 e비즈니스 활성화」와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 및 후계구도 안착」이라는 동전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어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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