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춘 솔빛미디어 사장
우리는 「정보 하이웨이」 「첨단 정보화시대」로 일컬어지는 21세기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새로운 문명을 열기 위해, 치열하고도 격렬했던 20세기 끝 자락의 정보화 사조는 이미 전세계를 인터넷 등을 통해 단일화된 가치체계 창조가 가능할 수 있는 상황으로 치닫게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후반부터 정부수립 이래 최대의 경제 위기를 맞아 연이은 기업의 도산과 이에 따른 수백만 실직자의 양산을 그저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선진 외국에 비해 새로운 정보화 시대를 능동적으로 개척해 나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빌 게이츠와 일본의 손정의가 세계제패의 야심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첨단 사업을 분출시켜 나가고 있을 때 우리의 기업은 돌아오는 어음 결제에 허둥대며 그저 생존 자체에 안주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선진 외국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정보화 사업을 정책의 우선 과제로 삼고 「초고속 정보 고속도로망」을 넓혀 나갈 때 우리는 최우선 정책과제를 실직자와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둬야만 했다.
이러한 괴리적 상황에서 우리에게 싱그러운 희망으로 또한 현실적 돌파구로 다가선 것이 있었다. IMF 경제체제 속에서 정보화 시대의 개척자임을 자처하며 속속 합류한 벤처기업이 바로 그 것이다. 이들은 수많은 유휴 인력을 흡수하며 새로운 전략과 무한한 아이템을 펼쳐 나가며 정보화의 저변확대는 물론 사회 다방면으로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 나간 것이다.
흔들릴 조짐이 없던 기존의 거대한 시장 구조가 벤처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돌아서게 됐으며, 국가 정책도 자연스럽게 정보화 정책의 우선 방향쪽으로 그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다. 특히 수십 년간 그 누구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재벌그룹의 해체를 촉진하는 직간접적인 역할도 수행해 나갔던 것이다.
물론 벤처의 열풍과 바람은 앞서 말한 사회적 순기능뿐만 아니라 퇴행적인 역기능도 표출시켰다. 주식을 통해 부를 짊어진 벤처기업주의 사회통념을 벗어난 삐뚤어진 일탈은 언론의 타깃이 되었으며, 이른바 3D 직종의 기피현상으로 생산직 근로자의 사기 저하는 물론 생산에도 차질을 빚기도 했다. 또한 한 몫을 노리고 무분별하게 생겨나는 벤처로 전국토에 투기 광풍이 몰아치기도 했다.
오늘 우리는 이 같은 벤처 순기능의 역할을 몸으로 느끼면서 또한 역기능의 부작용을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 세상에 지순과 지고만 있을 수 없듯이 벤처 또한 마찬가지인 듯 싶다. 벤처를 향한 우리의 시선이 좀더 유연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분명 말할 수 있는 것은 벤처는 21세기 우리의 꿈이며, 앞으로도 국가경쟁의 축인 정보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것이다. 잘못된 벤처는 시장논리에 따라 도태될 것이며, 그에 따른 모순과 굴절도 서서히 영향력을 잃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의 발표를 보면 정보화의 척도인 PC 보유대수가 100명당 한국은 18.2명으로 싱가포르 62.7명, 미국 51.1명, 호주 47.1명에 비해 크게 뒤진 것으로 나타나 아직 우리나라가 정보화를 위해 갈길이 멀기만 하다.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정보화와 벤처는 불가분의 관계다. 정보 선진국을 향해서는 바로 지금부터 벤처의 분발과 노력 그리고 우리 모두의 관심과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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