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업탐방>16회-디지탈로직

벤처의 생명은 기술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탈로직(대표 최인철 http://www.kdli.co.kr)은 의심할 여지없는 벤처다.

디지탈로직의 창업연도는 91년이지만 전신인 옴니테크가 만들어진 것은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 84년의 일이다. 그때를 최인철 사장은 이렇게 회상한다.

『당시는 PC라는 말은 고사하고 컴퓨터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기로 막 IBM PC가 미국에서 개발됐을 무렵이었습니다. 나는 소형 컴퓨터 관련 일을 하고 싶었는데 마음에 딱 맞는 곳이 없더군요. 길은 하나였습니다. 직접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지요.』

80년대 컴퓨터를 했던 사람이라면 당시 그래픽카드의 표준 격이었던 「옴니보드」를 알고 있기 마련이다. 이 옴니보드가 최인철 사장이 만든 작품이다. 하지만 회사는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최 사장은 직원들에게 주식을 무상으로 배분한 후 다우기술에 회사를 매각하고 다시 디지탈로직을 만들었다.

최근 디지탈로직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보안시장을 겨냥한 디지털비디오리코더(DVR)와 금융권 및 자동화기기 시장에 공급할 위폐감식기다.

DVR는 폐쇄형TV 등 기존 보안용 장치를 대체해나갈 것으로 기대되는 디지털 영상장치다. 오는 9월 양산에 돌입할 디지탈로직의 DVR는 PC 기반으로 동작하는 다른 DVR 솔루션에 비해 조작이 간단한 전용장치를 갖춰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또 인공위성의 데이터 전송에 사용되는 「웨이블렛」 방식을 채택해 보안장치의 핵심인 영상 복원력과 압축률을 높였다.

위폐감식기도 주목할 만하다. 내년 환전 자율화가 시행되고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 굵직한 행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위폐감식기 시장은 크게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사 위폐감식기의 가장 큰 특징은 새로운 위폐가 나오면 곧바로 이에 대한 대책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는 것. 감식률도 매우 높아 육안으로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교한 위폐인 슈퍼노트도 100% 잡아낼 수 있다.

디지탈로직은 지폐를 세는 계수기 형태의 위폐감식기를 생산기술연구소와 공동개발해 10월 출시할 예정이다. 지폐 100장을 세는 데 단 6초밖에 걸리지 않으며 서로 다른 액면가 지폐도 같은 셀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가격도 외산의 5분의 1 이하로 공급할 계획이다.

『많은 벤처들이 투자유치를 받아 몸집을 불려왔지만 벌써 벤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벤처는 정확한 수익모델을 제시하지 못하면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도 기술제일주의의 사업방향을 유지할 것이며 기술개발 이외에 영업·마케팅·생산 등을 모두 아웃소싱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디지탈로직은 올해 234억원의 매출목표를 달성하고 주력제품인 DVR와 위폐감식기 판매가 본격적으로 되는 내년, 2002년에는 각각 580억원과 84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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