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무선 인터넷의 기회

이양동 이피탈홀딩스 사장 ydlee@epital.com

최근 새로 설립되는 벤처 중 60% 이상이 무선인터넷과 관련된 일을 계획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약간은 과장이라고 생각되지만 무선인터넷 분야가 인터넷 벤처의 활로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한다.

확실히 무선인터넷의 가능성은 크다. 국내에서도 3000만명에 가까운 휴대폰 이용자가 잠재적인 가입자 기반이고 이용자들이 이미 통신사업자와 과금관계(billing relationship)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선인터넷보다 무선에서 상거래나 유료정보의 판매가 훨씬 용이할 수 있다. 통신사업자들의 입장에서도 인터넷 접속에 따른 통화료 수익이라는 확실한 비즈니스모델이 있기 때문에 CP업체들과 적절한 윈윈관계를 만들기도 쉽다. 반면 단말장치의 제한, 기술표준, 무선 네트워크의 고속화 등 확산까지의 장애요소들도 아직은 많다.

국제적으로 보면 유럽의 경우에는 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표준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으나 실제 사용의 확산은 아직 부진한 상태다. 미국의 경우에는 네트워크 기반의 문제도 있고 휴대폰 이용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무선인터넷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일본 아이모드(i-mode)의 발빠른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서비스의 편리성과 저렴한 요금으로 조기에 가입자 기반을 확대하였고 허치슨텔레컴 등 해외 통신사업자의 지분인수나 AOL·마이크로소프트·선 등과의 제휴를 통해 아이모드 서비스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3G 통신장비업체와의 협력하에 무선CDMA기술에 아이모드 서비스를 패키지화하여 해외에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WAP나 마이크로소프트에 경쟁하여 국제표준 서비스 플랫폼으로 얼마만큼 확산될 수 있을 것인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현재까지는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성숙된 이동통신시장, CDMA 기반의 표준 네트워크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무선인터넷 분야에서 국내 시장을 조기에 활성화하고 동시에 우리의 독특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게임에 참여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한가.

첫째는 우선 NTT 아이모드처럼 조기에 국내 시장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올들어 휴대폰 보조금이 폐지된 이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단말기의 보급이 정체 상태에 있는데, 적어도 무선인터넷용 휴대폰의 경우에는 보조금에 대한 별도의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단말기와 함께 중요한 것은 데이터 통신요금이다. 서비스 편리성이나 킬러 콘텐츠 모두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무선인터넷 접속을 위한 통신요금이 보다 저렴해져야 한다.

두번째로는 통신사업자와 MCP(Mobile Contents Provider)간의 관계설정이다. 고객의 허락하에,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통신사업자는 MCP들에 위치정보를 포함한 고객정보를 통신사업자가 스스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조건으로 제공해야 할 것이다. 무선인터넷과 관련하여 통신사업자의 스핀오프나 합작사 설립이 활발해질 것이기 때문에 고객정보에 대한 동등한 접근은 더욱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비즈니스모델 측면에서는 에어타임 요금의 공유와 유료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빌링체계의 지원 등이 속히 추진돼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콘텐츠나 기반기술을 선정해서 집중해 보자는 것이다. 포털과 B2C 형태 인터넷사업의 바람이 불고 간 자리에 확실하게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사업으로 남은 것은 네트워크게임 정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선인터넷은 유행처럼 바뀌는 인터넷의 또다른 새로운 분야 중의 하나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이동통신시장과 인프라의 강점을 기반으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는 사업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인식돼야 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