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75) 벤처기업

러시아의 마피아<15>

알렉세이비치의 약속을 받은 다음날 미화 150만달러가 한국의 회사 통장에 입금이 된 사실을 알고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돈은 러시아 전산에서 보낸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실제는 스위스 베른에 있는 동유럽 국제은행에서 송금되었다.

나는 알렉세이비치에게 전화를 걸어 결재해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런데 스위스 은행에서 송금이 되었더군요. 비공식적인 결재?』

『최 사장, 당신은 그 과정에 대해서 알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돈을 받았으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외화에 해당하는 돈을 우리가 국내에서 처리하게 되니 걱정마십시오. 시간이 있으면 나하고 스위스에 있는 별장에나 가보지 않겠습니까? 전부터 당신을 초청할 예정이었는데 이번에 가서 이삼일 정도 쉬었다 올까요?』

그의 별장이 스위스에 있다고 하였는데 나는 놀러다닐 만큼 한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나를 데리고 가려고 하는 것은 단순히 놀기 위해 부른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어떤 사업을 구상하고 논의하려는 저의가 있을 것으로 짐작됐다. 그가 마피아든 뭐든, 불법적인 일이 아니라면 동참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의 초청을 수락했다.

모스크바에서는 취리히로 가는 직항로가 없었기 때문에 알렉세이비치와 나는 베를린으로 가서 그곳에서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취리히 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전에 나타샤의 별장에서 본 일이 있는 젊은 아내와 함께 동행했다. 취리히 공항에 도착했을 때 조그만 소형 비행기가 대기하고 있다가 우리를 태워서 보덴호로 갔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 여러 명의 낯선 사람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아직 겨울이 지나지 않은 호숫가 벌판에는 눈이 약간 깔려 있었다. 호숫가에도 별장이 있었지만 호수 안으로 수킬로미터 들어선 수면에 수상별장이 보였다. 물위에 배를 띄우고 집을 지은 것인지 아니면, 수심 아래에 기둥을 세운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물위에 떠 있는 고성같은 분위기를 주었다. 우리는 그 물위의 고성으로 들어갔다.

『이곳에 있는 약 백만평의 초원은 내가 사들인 것입니다.』

알렉세이비치는 마치 자랑하듯이 지껄였다. 보덴호조차 자기가 샀다는 말을 하고 싶은 얼굴이었다. 대관절 이 친구는 돈이 얼마나 많은 것일까. 외화가 없어서 쩔쩔맨다고 하는 러시아 사업가가 이렇게 호화판으로 외화를 쓰고 있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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