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냅스터와 음반업계의 共生

「적과의 동침.」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적과 타협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뜻이다.

어쩌면 비겁하게도 들릴 수 있는 이 말이 요즘 전세계 음반업계를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하고 있다. 불법복제된 MP3 음악파일을 네티즌들끼리 주고받도록 지원해 불법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적(?) 냅스터와 손을 잡으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방법원은 최근 냅스터의 저작권 침해혐의를 인정, 1차 판결에서는 폐쇄명령을 내렸다가 곧이은 항소법원에서는 9월까지 이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도록 유예명령을 내림으로써 양측이 타협할 수 있는 멍석을 공개적으로 깔아줬다.

이 때문에 음반업계는 항소심이 열리는 오는 9월까지 적과 동침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최종 입장정리를 해야 할 판국이다.

그렇다면 과연 음반업계는 냅스터와 타협할 것인가.

음반시장의 질서를 부정하고 음반업계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냅스터는 「타도대상」이지 「타협상대」는 아니라는 게 그동안 음반업계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업계 일각에서는 조심스레 타협을 통한 공생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20세기 초 적이었던 라디오 음악방송을 친구로 삼았듯 냅스터를 하나의 매체(media)로 삼아 음악시장을 확대하는 데 이용하자는 주장이다. 전파범위에 한계가 있는 라디오보다 훨씬 더 파급력이 있는 매체를 왜 타도대상으로만 삼을 것인가라는 이같은 지적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는 추세다.

예를 들어 음악작가나 가수, 음반사가 인터넷(냅스터 포함)을 통해 신곡의 일부를 스트리밍 형태로 발표하면 이를 듣고 구매를 신청한 네티즌에게는 음악파일 제공은 물론 가수의 서명이나 기념 티셔츠, 음반할인 쿠퐁 등 별도의 부가적 혜택을 준 다음 음반의 구매로 연결시키는 비즈니스 모델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나아가서는 신문이나 방송처럼 기사는 무료로 제공하고 대신 광고를 통해 수익을 취하는 방법도 새로운 수익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음반업계가 스스로 변화하는 환경을 극복해내고 이를 통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면 분명 길이 열릴 것이라는 얘기다.

저작자의 저작권은 분명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언제까지 음반업계가 냅스터로 대변되는 디지털 기술과 맞서 싸울 수는 없다. 디지털 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기 때문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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