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KINITI-KORDIC 통합 무엇이 문제인가>(하)

산업기술정보원(KINITI)과 연구개발정보센터(KORDIC)의 통합작업에 따른 진통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양기관 통합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KINITI나 KORDIC 모두 인정하고 있다. 그런 만큼 양기관은 공정하면서도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통합을 이루는 것이 서로가 살 수 있는 상생의 길이라고 보고 있다. 또 이를 모색하는 것만이 진정 양기관이 통합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양측 노조가 간간이 대화를 위해 접촉하고 있기도 하다.

공공기술연구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앞으로 양기관의 통합과정에서 논의되는 사안은 공개를 원칙으로 할 것』이라며 『통합도 이사회 결정대로 고용의 완전한 승계 및 양기관 일대일 통합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정보관련연구기관 통합추진위원회가 KINITI와 KORDIC을 통합, 새로 탄생할 기관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역할을 정리한 만큼 통합의 큰 줄기는 잡혀있는 상황이지만 통합작업을 무리없이 추진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흡수통합은 신설기관으로 설립절차가 비교적 간단하지만 양기관 출신 직원들간 갈등이 잠재돼 있어 이의 해소도 시급한 과제다.

또 통합작업 자체가 경영혁신 효과에 있는 만큼 구조조정 등에 따른 반발도 우려되는 문제다. 현재 피흡수기관이 된 KORDIC 노조가 반발하고 있는 것도 내면에는 이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현재 이에 대해 공공기술연구회에선 완전한 고용승계 보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통합은 구조조정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이에 대한 명쾌한 대책이 공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와 함께 양기관간 임금격차 해소문제, 인사문제 등도 통합 전 대책을 세워야 할 사항이다. 특히 임금문제는 인사문제와 함께 양기관 노조에서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안 중 하나다.

사실 KINITI와 KORDIC은 그간 타기관과 통폐합 또는 소속변경 등으로 이리저리 옮기는 등 수난을 많이 겪어왔다. 지난 62년 과기부 산하 한국과학기술정보센터(KORSTIC)로 출발한 KINITI는 82년 국제경영연구원과 통합, 산업연구원(KIET)이었다가 지난 91년 독립기관화됐다. 주요 기능은 산업·기술에 관한 국가 정보은행 역할을 수행, 국가 산업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산업기술정보망 및 지역정보보급체계를 구축·운영하며 산업·기술 관련 정보를 수집·처리·보급하는 곳이다.

반면 지난 91년 시스템공학연구소내 과학기술정보유통사업단으로 발족한 KORDIC은 9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부설 기관이었다가 97년 한국과학기술원 부설연구기관으로 소속을 변경했고 98년에는 해외과학기술정보종합관리센터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5월 정부출연연법에 의해 독립법인화되고 9월에는 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부터 슈퍼컴퓨터센터를 이관받아 슈퍼컴퓨터센터 및 연구전산망 운영과 함께 과학기술정보 DB구축 및 유통서비스, 정보유통관련 표준화시스템 연구개발, 국내외 과학기술동향 조사·분석 등을 주로 맡아왔다.

지난 5월 공공기술연구회의 통합추진위가 이같은 양기관의 역할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보고서에는 새 통합기관 KISTI가 국가정보센터 기능을 수행하도록 담당업무를 「과학·기술정보」로 한정하는 모형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나온 KISTI의 그림을 그려보면 핵심기능은 △정보수집과 DB구축에 의한 과학·기술 정보 등 유통체계 구축 △정보·유통 기술과 정책연구 및 정보화 연계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개발 사업 △연구전산망 운영 △슈퍼컴퓨터 운영 △대외협력 및 지원사업 등으로 짜여져 있다. 또 KISTI는 국내 정보기관들의 우산기능과 과학·기술 정보기관으로서의 핵심역량을 부여하기 위해 국가과학·기술 도서관의 기능과 국가 과학·기술 정보 등의 클리어링 하우스 기능, 해외 DB도입에 따른 라이선스 오피스 기능을 추가하도록 되어 있다. 특히 통합기관으로 자산 및 조직 등이 하나로 법적·현실적으로 합쳐지는 것일 뿐 기존 권리·의무는 유지하되 실질적인 동일성을 인정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고 통합기관의 사무소는 양기관의 특성을 반영해 서울과 대전 양쪽에 두고 분산 운영하는 방식을 보고서는 제안했다.

아무튼 양기관 통합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지기 위해선 공정하면서도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또 새 통합기관이 국가 과학기술 정보유통기관으로 정착·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통합기관의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과정에서 통합 후 나타날 문제점까지 완전 해결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통합기관이 조속히 안정을 찾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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