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초기부터 과열경쟁 양상을 드러내고 있는 온라인청구·납부서비스(EBPP)가 당초 기대와 달리 최근 어두운 시장전망을 낳고 있다. 고객들에게는 편리함과 각종 부가서비스 혜택, 징수기관들에는 엄청난 비용절감 효과가 기대되는 EBPP서비스가 초기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많은 지로이용기관들이 제각각 서비스를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지로용지를 들고 수납기관을 찾는 번거로움을 제외하면 각종 공과금이나 서비스요금을 일일이 따로 내야 하는 불편은 여전해 네티즌들로부터 외면당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에 따라 EBPP시장이 초기부터 크게 활황세를 보일 것이라는 당초 기대가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실정 =금융결제원이 지난 3월말 국내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인터넷지로(http://www.giro.or.kr)」를 보면, 현재 EBPP시장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서비스개시 4개월이 지나도록 사용고객은 수십명에 불과하다. 징수기관도 유니텔·한솔엠닷컴·현대캐피탈·삼성캐피탈·아이오네이션·전주반도유선 등 6개사에 머물고 있는 실정. 당초 60여개 징수기관을 확보하겠다는 계획과 비교하면 부끄러운 실적이다. 금결원 관계자는 『가장 큰 수혜를 입는 징수기관들이 EBPP서비스 확대를 위해 획기적인 마케팅전략을 전개하지 않으면 상황이 나아지기 힘들다』면서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징수기관들이 제각각 EBPP사업을 진행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달초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인터넷빌링은 사용고객 2000여명으로 사정이 약간 낫지만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마찬가지. 9월까지 BC카드와 도시가스 요금으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현재로선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서비스에 제한된 실정이다. 이와 함께 EBPP 전문업체인 네오빌도 당초 일정보다 한달가량 늦춰진 오는 10월께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이용자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 네오빌 관계자는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는 징수기관 전체 고객의 10%선을 대상으로 삼았지만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라며 『이에 따라 올해는 유치 가능한 징수기관의 1∼3%선에서 사용자를 모은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점과 전망 =시장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가장 큰 문제는 대형통신·금융업체 등 징수기관의 독자적인 서비스 준비다. 현재로선 BC카드와 한국전력 등 극히 일부 기관만이 제3의 전문업체를 통해 EBPP서비스 확대를 추진할 뿐 대다수 대형 징수기관은 공동사업을 꺼리고 있다. 한국통신 관계자는 『EBPP를 회사 인터넷 사업전략의 한 축으로 삼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서비스요금 정보를 공유할 경우 고객정보와 매출실적 등이 노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따라 폭발적인 호응이 기대됐던 EBPP서비스는 당분간 고객확대 및 시장활성화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국인터넷빌링 김은구 차장은 『징수기관 공동 참여와 요금정보 공유를 위해서는 전문서비스업체들에 대한 신뢰구축이 필수적』이라며 『이같은 전제가 없는 한 시장확대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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