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한국통신, 포항제철, 현대, 한진과 함께 추진해 오던 MRO컨소시엄(가칭 엔투비)에서 탈퇴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지난 7월 초 컨소시엄에서 탈퇴,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키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표면적으로 알려진 삼성의 컨소시엄 탈퇴 이유는 솔루션 채택을 둘러싼 내부 갈등. 컨소시엄에 참여한 모 그룹의 한 관계자는 『마켓플레이스 토털 솔루션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삼성측이 특정 솔루션 채택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당시 솔루션 제안서를 제출한 기업은 오라클·아이투아리바 연합과 엑스닷컴 그리고 삼성SDS·ICGC 연합 등 3개 그룹이었는데 삼성이 ICGC 솔루션 채택을 고집했다는 것이다. 컨소시엄 참여 그룹의 한 관계자는 『ICGC 솔루션 사용을 고집했으나 제시한 가격이 너무 높아 채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측의 주장은 좀 다르다. 컨소시엄 내의 갈등을 근원적인 이유로 꼽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ICGC 솔루션은 해외시장을 고려해 충분한 검토를 했기 때문에 주장한 것』이라며 『사업에 필요한 대부분 작업을 이미 끝내놓은 상태인데 솔루션을 처음부터 검토하자고 하는 것은 일을 더디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이번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추진해 온 것이 삼성이었다는 것은 그들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 차려 놓은 밥상에 수저 들고 오면서 동등한 n분의 1을 요구한 것 자체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국 삼성과 나머지 그룹들이 수익배분과 주도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는 얘기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다른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한 5개사는 역할분담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특정 그룹이 주도권을 가져서는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사건은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대기업들의 팽팽한 경쟁관계가 e비즈니스라고 해서 쉽게 극복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삼성 탈퇴건을 바라보는 업계 한 관계자는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그룹들이 MRO 시장에서 경쟁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나마 가능한 것 아니겠냐』며 『오프라인에서 경쟁사들이 모여 만들겠다고 선언한 업종별 e마켓플레이스 구축은 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컨소시엄은 이달 중 각 그룹 이사회를 개최, 사업을 승인받고 8월 중순 안에 「엔투비(entob)」 설립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삼성대로 한빛은행 본점 건물을 임대, 수십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독자 노선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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