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용어가 있다. 같은 조건임에도 남보다 혜택이 적은 데 대한 불만을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은 최근 삼성전자 계열사의 직원들을 가리키기에 적당한 말이 아닐까 싶다.
전자, SDI 등 삼성의 주요 전자 계열사들은 특별 성과금을 받았다. 회사에서 상반기 매출실적이 좋자 이익의 일부를 직원들에게 나눠준 것이다. 업체나 업종마다 다르지만 평균 150% 수준이다.
휴가철을 앞둔 삼성 직원들은 때아닌 보너스가 싫지 않은 표정이다. 그렇지만 이것도 잠깐, 직원들의 즐거움은 불만으로 바뀌었다.
직원들은 사석에서 『회사는 떼돈을 버는데 우리에게 주는 보상은 고작 이 정도냐』면서 볼멘소리다.
특히 이러한 불만은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직원들로부터 많이 나오고 있다. 3조원대로 사상 최대의 순익을 기록하는 데 톡톡히 기여했는데 정작 보상이 적다는 불만이다.
한 대리급 직원은 『연초부터 반도체 매출과 순익이 크게 늘어나 직원들은 「혹시나」하면서 특별 보너스에 기대를 걸었는데 결과는 「역시나」였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영진도 이같은 불만에 적잖이 신경쓰이는 눈치다.
한 임원은 『직원들이 만족할 만큼 보상해줬으면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삼성 경영진의 설명은 이렇다. 직원들에게 충분히 보상해주려 해도 주주들의 눈치를 봐야 해 마음껏 줄 수 없다. 또 닥쳐올 힘든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 같은 「호시절」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도 중요하다.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시계추를 1, 2년 전으로 돌리면 이같은 설명도 핑계로만 들린다.
당시 삼성전자 계열사들은 원가절감이다 구조조정이다 해서 인력을 잘라냈다. 자연퇴사를 유도하기 위해 보직을 주지 않는 일도 적잖았다. 생계를 위해 자존심을 굽히며 「출근투쟁」을 벌이는 부장, 차장도 있었다.
이제 사정이 달라져 삼성 전자 계열사들도 벤처기업으로 빠져나가려는 직원을 막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중이다. 그렇지만 한번 식은 직원들의 열정을 되살리는 데 힘이 부쳐 보인다.
더구나 장사를 잘했는데도 직원에게 돌아온 보상은 너무 작다. 직원들을 잘 살핀다는 삼성이 이 정도니 다른 대기업들의 사정은 나쁠 것이다. 삼성 직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갖는 것은 배부른 소리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삼성 직원들은 갈수록 부유해지는 회사를 보면서 이렇게 느끼고 있다. 삼성의 인력관리에 큰 구멍이 생기고 있다는 조짐으로 받아들인다. 삼성은 언제까지 직원들에게 다른 기업을 보며 「상대적 만족감」을 느끼라고 할 것인가.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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