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53) 벤처기업

해외 진출<43>

『어떤 문제점이 있습니까?』

『내가 귀국에 파는 것은 소프트웨어 PCMS라는 제품의 성격이 명백한 것에 비해서 대신 주겠다는 원자재의 성격과 가격이 문제지요.』

『시베리아산 목재라든지 철금속, 화학제품을 제공할 수 있지요.』

『나는 무역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룹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그룹사들은 무역업은 물론이고 일반적인 제조업, 철강업, 조선업, 화공업을 모두 포괄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지금 당신이 제공하는 거래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내 경우는 다르지요. 돈 대신 받은 그 목재를 한국에 가져가서 다시 팔아야 합니다. 철금속 역시 제철소에 팔아야 하고 화학제품 역시 화공기업에 판매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러시아에 재투자는 어떻습니까?』

러시아에서 번 돈을 다시 투자하라는 말이었다. 그것은 다분히 중국식 발상이었다. 그러나 반드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과 제휴하여 그곳에 지출할 돈을 대신 지불하고 국내에서 받으면 되는 환치수법이었다. 중국에서 달러를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하자 중국에 진출해 있던 기업들이 사용했던 방법이기도 하였다. 나는 시침을 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무역원칙은 그렇게 일방적이면 곤란하다고 봅니다. 자국보호도 좋지만 상대 기업도 보호해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은 옳은 말입니다. 그 점에 있어서는 서로 방법을 강구해 보기로 합시다. 어쨌든 우리가 거래를 한다는 원칙은 동감하고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싸게 주었으면 합니다만.』

그는 가격을 알기도 전에 먼저 깎는 것이었다. 나는 점차 기분이 나빠지고 있었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동안 순간적인 기분에 좌우되어 포기하면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물론, 일본이나 미국보다 싸게 드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PCMS는 독보적인 것이고, 우수합니다만.』

『오늘 저녁은 제가 중요한 만찬이 있어 두 분을 모시지 못합니다. 대신 나타리야가 안내할 것이니 모스크바를 관광하십시오. 아, 최 사장께서는 과거에 모스크바에 체류하셨으니 특별히 관광할 데가 없겠군요. 그러나 다시 한번 둘러보시고 쉬십시오. 내일은 우리 기술진들과 회동해서 구체적인 일을 논합시다. 그리고 내일 저녁은 아카데미 과학대학교 총장 취임축하 리셉션이 있는데 두 분을 초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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