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엽 나스연구소 사장 jykim@nas.co.kr
얼마 전 코스닥 시장에서는 한 온라인게임 업체의 등록을 앞두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부터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평가를 거치는 해프닝이 있었다. 결과는 일부 문제점에 대한 지적 수준에서 마무리됐지만 시비가 된 유해성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 될 수는 없었다. 그 업체의 경영이념이 즐겁게 일하고 즐거움을 서비스하겠다는 것이고 보면 어딘가 왜곡된 관념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게임산업은 지난해 1억달러 수출이라는 상상치 못했던 성과를 거두었지만 의외로 아무런 찬사도 받지 못했다. 물론 1000억달러를 상회하는 전체 수출액과 반도체 같은 단위 품목과 비교하면 그 기여도가 미미할 뿐 아니라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산업이지만 그보다는 유해성·중독성 운운하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시각이 게임산업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면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일본 기업의 신화 같은 존재인 소니는 지난해 매출에 대한 경상이익에서 게임기 및 게임 관련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었다고 한다. 전세계 어린이들을 모니터 앞에 앉게 한 소니에 대해 우리의 자녀가 중독됐고 유해하다고 하기 보다는 해외여행 선물 보따리에 빠지지 않는 소니의 게임기와 우리의 자녀들이 즐긴다고 해서 유해성 시비를 가려야 하는 우리의 게임SW 간에는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지난 84년 미국의 윌리엄 깁슨이 발표한 소설 「뉴로맨스」에는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후 정보 고속도로를 지칭하는 인터넷과 사이버스페이스는 동의어가 됐다. 인터넷 안에는 수많은 가상사회가 존재한다. 그 가상사회를 보다 현실에 가깝게 만들어낸 것이 온라인게임 특히 머그(MUG:Multi User Graphic)로 불리는 게임들이다.
미국의 「울티마 온라인」, 일본 소니의 「에버퀘스트」 같은 온라인게임에 맞서 당당히 세계를 향해 뛰기 시작한 우리의 온라인들은 이제 그 시작에 지나지 않는데 찬사와 격려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만개의 PC방이라는 단단한 하부구조의 시장을 지니고도 스타크래프트 같은 외산게임에 자리를 내준 네트워크게임 분야에 비한다면 그 가능성을 일찍이 일깨웠음에도 적절한 평가가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는 스타크래프트 전세계 판매량 중 3분의 1인 100만 카피를 소화하고 있는 시장이다. 사용자가 많고 그 애정이 깊을수록 세계적인 상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2700만의 가입자를 자랑하는 이동통신단말기와 CDMA가 대표적으로 이를 입증했다. 유해성이나 중독성을 무시하자는 뜻은 아니다. 정보통신 발달의 가치를 찾아낸 사람들은 정보통신 기술자들이 아니라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19세기에 전보라는 통신시스템을 보고 마르크스는 그의 「자본론」에서 통신기술이 경제활동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게임 사용자들도 그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게임은 그 사회의 문화를 담고 있다. 많은 온라인게임 사용자들이 그들만의 사회를 보다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자성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온라인게임은 인터넷 환경의 발전과 함께 정보통신 분야의 첨단기술들이 동원되고 발전을 거듭하면서 더욱 첨단화하고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본질은 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의 근본을 들춰보자면 바둑, 장기, 체스 같은 단순함을 지닌 오래된 게임으로부터 화투, 카드 같은 복잡한 형태로 그리고 컴퓨터게임으로 발전해 왔고 이제 그 가장 앞자리에 온라인 게임이 자리잡고 있다. 그 어느것도 중독성이나 유해성의 폐단이 언급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온라인게임처럼 문화산업으로써 가치를 만들어낸 경우도 흔치 않다.
이제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게임산업을 바라봐야 할 때다. 2만개의 PC방과 전세계 3분의 1을 소화하는 게임시장을 가지고 있고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당연히 세계 게임 산업의 메카는 한국이 돼야 한다. 그 고지를 향해 뛰는 이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평가와 격려, 성과에 대한 찬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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