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방글라데시에서는 전화를 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전화 보급률이 인구 275명당 1회선에 불과하고, 전국 6만8000여 농촌 중 아직 전화가 한 대도 없는 곳이 90%를 넘는다.
이처럼 최악의 통신상황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 것은 휴대폰을 빌려주고 전화할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 초미니 전화 사업자(?)가 등장하면서부터. 흔히 「폰 레이디」라고 부르는 휴대폰 사업자가 전국적으로 15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순전히 한 은행가의 탁월한 통찰력 때문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그래민 은행의 무하마드 유너스 은행장(60). 그는 농촌지역에 전화가 부족해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이들에게 몇 푼의 돈 대신 휴대폰을 빌려주는 금융상품을 내놓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이에 고무된 무하마드 은행장은 최근 휴대폰을 통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등 첨단 정보통신 서비스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통찰력은 모두 그가 구조적인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의 농촌현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무하마드 은행장은 지난 70년 그래민 은행을 설립한 후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가난한 농부와 도시의 영세한 자영업자들을 위한 서민 금융의 한 우물만 파 왔다.
미국의 경제 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는 「정보화 사막에 오아시스를 건설하고 있는」 무하마드 은행장의 도전정신을 높이 평가해 그를 「2000년 아시아를 이끄는 지도자」로 선정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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