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가 주식시장의 침체로 벤처투자 시장이 냉각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심한 홍역을 앓고 있다. 코스닥이나 제3시장 진출을 앞둔 기업은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망신만 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주식공개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고 지난해 말부터 올 초 사이에 한창 물이 좋을 때 한두 차례의 펀딩 과정을 통해 「군량미」를 확보한 벤처기업은 이번 냉각기가 장기화될 경우 후속 투자유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고 있다.
코스닥 열풍으로 거부대열에 올라선 선배 벤처기업가를 동경, 창업전선에 뛰어든 신생 벤처기업의 경우는 심각하다. 벤처신화 창조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사업을 본격화하려 해도 초기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것이다.
최근 벤처투자 시장에서 벤처자금을 유치하는 경우는 사업성이나 기술성이 뛰어나 이른바 「대박」 가능성이 높은 업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투자회수시장인 코스닥 침체가 두달여 지속되자 벤처캐피털이나 투자기관이 소위 「감(feel)」에 의한 투자를 극도로 자제, 냉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잘만 키우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유망 벤처기업이 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벤처비즈니스의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인 사업 타이밍을 잃고 있다. 특히 벤처캐피털이 벤처비즈니스의 기본인 「고위험(high risk)」을 멀리하고 「저위험(low lisk)」을 선호하면서 벤처의 기본정신마저 흔들리고 있다.
벤처비즈니스는 리스크가 클수록 수익(return)이 높다. 역으로 얘기하면 작은 리스크로 높은 리턴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더욱이 이제 막 창업한 벤처기업에 리스크가 작기를 바라는 것도 욕심이다. 리스크가 크다는 것은 또 현재의 비즈니스모델의 가치는 낮지만 적절한 자본투자와 경영지원을 통해 가치를 제고할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투자시장의 냉각기가 길어지면 벤처기업의 성장이 지연되고, 그러면 벤처산업 기반이 흔들릴 것입니다. 그러면 결국 벤처캐피털로 유입되는 자금이 위축돼 벤처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질 것입니다.』 투자시장 냉각-기업경쟁력 약화-투자수익률 저하-재투자 위축-벤처자금유입부진 등의 빈곤의 악순환이 재연될 것을 우려하는 한 젊은 신생 벤처기업가의 우려를 간과할 수 없는 시점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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