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형가전업체 브랜드 전략

소형가전업계를 취재하다 보면 가끔 『우리회사에서도 이러한 일도 하고 있는데 기사에서는 빠졌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게 된다. 한편 당황하면서도 취재할 때 자세히 말해주지 않는 소형가전업체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지 않나 자위하기도 한다. 「사후 약방문」식으로 기사가 나간 다음에 제아무리 훌륭한 정보를 주더라도 소용이 없다.

물론 마케팅과 영업을 함께 하면서 기자를 만나 홍보까지 해야 하는 소형가전업계의 어려운 인력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물건 팔고 그날그날 판매대수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영업담당자들이 홍보에 대한 마인드가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시의적절한 판촉전략을 세울 여력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국내 소형가전업계에서 마케팅이나 판매조직을 별도로 구성, 운영하고 있는 곳은 전기밥솥 제조업체인 성광전자와 카이젤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뿐이다. TV나 라디오 및 잡지 광고를 기획하고 예산을 미리 편성하는 업체들도 다섯손가락에 꼽는다.

소형가전업체들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신제품 개발, 브랜드 전략과 함께 일관된 홍보전략이 필수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듯하다.

홍보·광고·브랜드 전략이 없는 소형가전업체들과 최근 마케팅 차원에서 브랜드 알리기에 수억원을 쏟아붓고 있는 신생 인터넷 벤처기업들을 비교하면 너무나 대조적이다.

소형가전업체들은 자체 브랜드 전략이나 홍보·마케팅 전략이 없다보니 어렵게 기술을 개발해 신제품을 만들어놓고도 중소유통벤더들에게 제품판매를 위탁하고 있다. 생산품목이 1∼2개에 불과한 수많은 영세 소형가전업체들 중에는 일부 악덕 유통벤더에게 물건만 떼이고 물품대금도 받지 못한 채 회사문을 닫기도 한다.

제조업체는 제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브랜드가 기업을 살리는 21세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경영마인드가 분명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0여년 동안 한우물을 파온 소형가전 제조업체들이 브랜드 전략과 홍보마인드 부족으로 힘없이 쓰러지는 일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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