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과학화제>인간두뇌-컴퓨터 결합시대

의사가 뇌파를 조종해 한 인간의 기억을 지우고 다른 생각을 주입한다.

지루한 여행에 지친 우주 비행사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간다. 목 뒤나 척추에 구멍을 뚫은 바이오포트(Bio-Port:생체포트)에 컴퓨터를 직접 접속해 사이버스페이스와 현실을 넘나든다.

공상과학영화 「토탈리콜」 「스타트렉」 「매트릭스」 등에 나오는 장면들이다.

이상의 영화속 장면들은 한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인간의 두뇌와 기계가 직접 접속한다는 것이다.

인간두뇌와 컴퓨터의 직접 결합은 가능한 것일까. 과학자들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뇌과학·신경과학·인공지능공학·컴퓨터공학·의과학 분야의 연구자들은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하는 두뇌와 기계의 결합이 과학적 허구에서 과학적 사실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전한다.

미국의 의료기구회사인 도벨연구소가 지난해 개발한 「인공 눈」은 두뇌와 기계의 직접 결합 가능성을 보여준다.

78년부터 인공 눈 연구를 시작한 도벨연구소는 기존의 인공 망막 연구와 달리 뇌에 직접 전극을 연결해 시각장애인에게 시력을 회복시켜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 버클리대 신경생물학 연구팀이 지난해 9월 「저널 오브 뉴로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보고서는 더욱 충격적이다.

가렛 스탠리 등 3명의 연구자는 고양이의 뇌에 전극을 연결해 고양이 눈에 비친 영상을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시각을 관장하는 고양이 뇌의 한 부분에 전극을 꽂아 177개 뇌세포에서 나오는 전기적 신호를 컴퓨터의 영상이미지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눈에 비친 시각신호가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두뇌와 기계의 결합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도벨의 연구가 기계로 포착한 영상을 두뇌에 직접 연결하는 것이라면 스탠리 교수팀의 연구는 두뇌에 비친 영상을 기계로 그려낼 수 있게 한 것이다.

물론 두뇌와 기계의 결합은 갈 길이 멀다.

컴퓨터의 지능을 높이고 신경신호를 정확하게 통역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두뇌 접속(Brain Interface)」 기계의 출현을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두뇌 접속 장치가 만들어진다면 심장이나 팔·다리 등 인공장기를 뇌로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자신이 본 광경을 비디오테이프 틀 듯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컴퓨터를 통해 인간의 지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가능하다.

두뇌 접속 장치로 초소형 신경 칩을 인체에 삽입하고 바이오포트로 연결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한편 전극이나 바이오포트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저출력 레이저로 뇌파를 자극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영국의 미래학자 이언 피어슨 박사는 오는 2030년쯤으로 두뇌와 기계의 완전 결합을 점치고 있다.

<과학기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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