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업자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 역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은 제2무선호출사업자가 출범하던 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후발 사업자인 015무선호출사업자들은 신규 무선호출서비스를 실시하면서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했다. 무선호출시장 진입의 장벽인 고가의 단말기 가격을 인하시켜 가입자를 확보하겠다는 고단수 전략이었다.
이러한 영업정책을 토대로 10만원 남짓하던 무선호출 단말기 가격은 2만∼3만원대로 떨어졌고 급기야 「공짜 삐삐」가 양산됐다. 「개도 삐삐를 차고 다닌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삐삐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이러한 단말기 정책은 제2이동전화사업자인 PCS사업자들이 이어받았다. 나아가 정부가 단말기 보조금을 허용하자 타사업자와 경쟁을 의식해 장려금, 수수료, 요금제 유치 수수료 등 10여개의 보조금 지원제도를 만들어냈다. 결국 「공짜 휴대폰」이 등장했고 「개도 휴대폰을 갖고 다니는」 세상이 왔다.
덕분에 국내 이동전화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유선전화 가입자를 넘어서더니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2700만명도 순식간에 넘었다.
그러나 단말기 보조금 지급에 따른 사업자 재정악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가진 이동전화사업자는 IMF시대를 맞아 제값도 못받고 해외 자본을 유치했다. 3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유치하고도 적자를 기록하는 기상천외한 시장구조가 세워졌다.
보다 못해 LG텔레콤 등 일부 사업자 사이에서 단말기 보조금이 30만여원대에 이르러 도저히 수익구조를 맞출 수 없다는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과열경쟁 분위기에서는 모두가 공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형성됐다.
정통부는 핵심부품 수입에 따른 국부 유출이라는 논리로 6월부터 사업자의 단말기 보조금을 전면 폐지키로 결정했다. 사업자도 앞다퉈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단말기 보조금이 완전 폐지될지는 두고볼 일이다. 정통부가 단말기 보조금을 원천 봉쇄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10여년간의 단말기 보조금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온 사업자들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청약수수료로 시작된 보조금 제도가 10여가지 보조금 지원제도로 가지치기를 해왔듯이 변신의 귀재인 단말기 보조금 역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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