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근 한국통신프리텔 마케팅전략 담당이사
어린이날 즈음에 부서 팀장에게 들은 얘기다. 바쁜 회사 일로 미처 어린이날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그 팀장이 이제 초등학교 1, 2 학년 아들들에게 선물을 무얼 사줄까 하고 물었단다. 그랬더니 자녀 왈, 카드만 내놓으란다. 인터넷으로 자신이 사고 싶은 선물은 정해놨으니 전자상거래로 신용카드 번호만 입력하면 집까지 배달이 된다나. 이미 우리 아이들은 인터넷 서핑(surfing)을 즐기고 있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한 이후로 문명은 크게 세 번 거듭난다. 원시 유목 사회에서 정착된 농경 사회로, 다시 굴뚝으로 대변되는 산업혁명의 시대로, 그리고 이제 우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빠른 속도로 거듭나는 인터넷 문명을 맞이하는 신새벽 초입(初入)에 서있는 것이다.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자연스런 사회 현상인 각 세대의 흐름에 이름짓기를 즐긴다. X세대, Y세대, 그것도 모자라 386세대니, 475세대니 하는 것 등이 바로 그 것들이다. 하긴 그 세대만의 이름에서 상징되는 느낌이 뚜렷이 있기는 하다. X, Y세대에게서는 왠지 고생을 잘 모르고 자란 철 없는 청소년의 느낌이 들고 386세대에게서는 최루탄 냄새가 묻어난다. 참 재미 있는 분류법이다. 이제 그런 세대 사이로 전혀 새로운 세대 하나가 더 등장했다.
넷 제너레이션(Net Generation)과 뉴 피플(New People). 바로 N세대다. N세대는 과연 누구인가.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의 저자 돈 스탭콧은 N세대를 일컬어 요요(YOYO)세대라 했다. Youre On Your Own, 즉 너는 네 자신의 주인이라는 얘기다. 성급하고 즉흥적인 면도 있으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자기 주장이 강하며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혁신 지향적인 세대라는 것이다. 사실 일반적인 N세대에 대한 기성 세대의 기대는 무언가 상업적인 냄새를 풍긴다. N세대를 소비 성향이 강한 소비의 주체로만 인식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 아닐까.
N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면면을 보자. 일명 티징(Teasing)이라는 광고 기법을 빌미로 주제도 없고 모호하며 일면 일본 색채마저 풍기는 광고가 주류를 이룬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함축된 의미를 담아야 하는 광고의 속성을 모르는 바 아니며 호기심을 자극함으로써 얻게 되는 광고의 효과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N세대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이해하고 단순한 마케팅 객체로 인식함에 따라 기성 세대가 배려해야 할 그들의 무대를 우리 스스로 좁혀가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보자는 것이다. N세대는 단순히 한 청소년 시기를 대표하는 X세대나 Y세대가 아니다. 인류 역사상 단 세 번째로 변화하는 디지털 지식 혁명 시대의 주체인 것이다.
디지털 기술, 특히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 문명을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가상공간을 삶의 중요한 무대로 인식하고 있는 디지털적인 삶을 영위하는 세대가 바로 그들이다. 따라서 N세대는 단순히 1320이라는 나이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디지털 문명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줄 알고 인터넷을 즐기는 포괄적인 세대임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아이들을 그저 그런 청소년쯤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초등학교 아들들에게 어린이날 선물을 사주기 위해 단순히 신용카드만을 제공하는 기성세대가 돼서는 안된다.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N세대, 즉흥적이되 창조할 줄 아는 N세대가 우리의 미래를 이끌 수 있도록 지금부터 훌륭한 문화 기반을 제공해줘야 한다.
새로운 디지털 지식 혁명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이들은 우리의 아이들, 바로 신인류인 N세대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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