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i820」 칩세트를 전면 리콜하면서 이를 계기로 국내 칩세트 시장과 주기판 시장이 변화의 급류를 탈 전망이다.
인텔코리아는 「i820」를 램버스D램과 사용할 경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국내에 보급한 i820 칩세트 물량이 아직 미미하다며 이번 리콜의 파장은 무시할 정도라고 주장하나 업계의 시각은 이와 사뭇 다르다.
업계는 이번 인텔의 리콜로 인해 경쟁사들은 반사이익을 얻게 되며 인텔 역시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라는 명성에 금이 가 앞으로의 행보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관측했다.
칩세트 분야의 경우 인텔의 i820 칩세트가 보급형 모델에 주로 쓰이던 440BX 칩세트를 잇는 주력 모델이었던 만큼 이를 대체하는 칩세트가 각광을 받게 될 전망이다. 최대 수혜자는 대만의 칩세트업체인 비아(Via)테크놀로지다.
이 회사는 i820 칩세트와 호환되는 「프로(Pro)133」과 그래픽 기능을 추가한 칩세트 「PM133」을 양산해 국내 PC업체나 주기판 업체에 공급중인데 이번 리콜 파동으로 상당한 추가 공급량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PC업체 관계자는 『i820 칩세트를 채용한 고성능 PC를 하반기부터 양산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당초 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PC업체도 올 하반기부터 i820 칩세트를 탑재한 주기판을 본격 양산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리콜 파동으로 상품화 연기와 다른 대안제품 채택을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일단 비아로선 대형 PC업체로부터 「낙점」받아 칩세트 시장에서 인텔의 아성을 무너뜨릴 좋은 기회를 잡은 셈이다.
비아의 국내 대리점인 에프엠컴에 따르면 「프로133」 칩세트가 삼성전자, 대우통신,삼보컴퓨터 등에 각각 월 1만대 안팎씩 공급됐으며 이를 계기로 공급량을 대거 확대할 것으로 기대했다.
에프엠컴은 특히 이번 파동으로 모 PC업체에 대해서는 「PM133」을 월 10만대 정도로 공급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문제는 비아의 제품 역시 신뢰성을 아직 검증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비아의 제품은 물론 인텔에 앞서 출시했으며 지금까지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고 않았으나 국내 PC업체들은 여전히 비아의 제품력에 대해 신뢰감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비아로선 자사의 제품력을 더욱 입증하려는 전략을 펼쳐야만 모처럼 잡은 기회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PC업체와 마찬가지로 주기판 업체들도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주기판 업체들은 대부분 인텔 칩세트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고민의 강도는 PC업체보다 훨씬 더하다.
인텔은 리콜조치를 발표하면서 문제된 칩세트와 MTH사용의 주기판은 전량 교환해 주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교환방법과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밝히지 않았다.
인텔코리아의 관계자는 『i820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램버스D램을 쓰면 문제가 없다』며 『문제 주기판의 SD램을 램버스D램으로 교환해 주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말하는 것처럼 교환이 그리 쉽지 않다.
우선 인텔 대리점을 통해 공급된 수입제품을 다른 기종으로 교환한다 하더라도 인텔 칩세트와 MTH의 솔루션을 채택해 만든 주기판 업체들의 제품 교환이 쉽지 않다.
주기판 업체들은 인텔에서 교체 비용을 부담해도 이에 따르는 시간과 인력, 제품 이미지 손실 등의 피해를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느냐라고 하소연한다.
인텔 대리점을 통한 주기판의 국내 유입 물량은 7000대 정도이나 인텔의 i820 칩세트를 이용해서 주기판을 자체 구성한 대만의 마이크로스타(MSI), 아수스(ASUS), 기가바이트, 미국의 슈퍼마이크로 등의 국내 공급량은 2만5000대 이상이다.
주기판 업체들은 이 기회에 다른 칩세트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나 지금까지 확보한 기술을 사장시킬 수 있다는 게 걱정거리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고가의 램버스D램을 대신해서 i820과 SD램의 솔루션을 선택한 이상 다른 기종으로의 교환이 사실상 어렵게 돼 있다.
그런데도 인텔이 이번 i820 칩세트를 대체할 마땅한 솔루션을 사실상 갖고 있지 않다.
인텔은 경쟁사가 전무하시피했던 지난 95년의 펜티엄 프로세서 리콜때와 달리 경쟁사의 역량이 커진 지금 불거져나온 불량 사태로 사상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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