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본으로 돌아가자

인터넷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코스닥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곳곳에서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인터넷업계에 거품현상이 심하며 조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은 그래도 점잖은 편이다. 「테헤란밸리 7월 대란설」 「묻지마 자본회수」처럼 인터넷업체 CEO가 들으면 잠 못 이룰 루머가 꼬리를 물고 있다.

인터넷업계의 이같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와 맞물려 이름 난 인터넷업체의 일부 CEO는 이미 주식을 팔고 차익을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는, 기업가로서 도덕성을 의심할 만한 심각한 소문마저 들린다.

「제대로 된 수익모델을 갖고 있지 않은 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터넷기업 가운데 절반은 특별한 기술이나 아이디어없이 포장만 그럴듯한 사업을 벌인다는 내부 목소리도 높다.

벤처붐에 편승해 한 몫 벌어 보자는 식의 불량 인터넷기업을 가려내기 위한 「옥석 고르기」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건전한 코스닥시장 육성과 경쟁력 있는 인터넷기업을 위해서도 한번 쯤은 시장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벤처는 말 그대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위험 부담이 큰 만큼 높은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당연히 투자한 사람 모두가 수익을 낼 수는 없다. 또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불량과 우량을 가릴 수 있는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면 결정한 내용에 대해서는 투자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열심히 했는데 시장논리에 의해 성공하지 못했다면 차기 사업을 기약하면 그만이다.

국내 인터넷업계가 분위기나 루머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은 이같은 기업가나 투자자가 가져야 하는 성숙한 자세나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한 때 유행했던 「묻지마 투자」처럼 최근의 분위기가 우려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정확한 내용이나 사정도 모른 채 이른바 「설」이 시장을 좌우한다면 투자자는 물론 기업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누가 뭐래도 인터넷이나 벤처비즈니스는 차세대 디지털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그렇다고 인터넷이나 벤처기업 모두가 차세대 주자가 될 수는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투자자·정책입안자·벤처사업가가 중심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이리저리 흔들거리는 모습은 왠지 불안하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당연한 말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느껴지는 시국이다. <인터넷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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