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터넷 기업들의 쓸데없는 시간낭비

국내 증권정보 사이트 시장을 선점한 팍스넷과 그 뒤를 추격하고 있는 씽크풀간의 일명 「산업스파이」 논쟁이 끝내 법정으로까지 비화됐다. 씽크풀은 지난달 25일 팍스넷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씽크풀은 팍스넷을 고소하고 공개사과가 없는 한 고소취하는 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팍스넷은 씽크풀이 명예훼손으로 소장을 접수하자 즉각 대응을 자제하고 회의를 거쳐 맞고소할 것인지 합의할 것인지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은 경쟁사간 흠집내기가 심심찮게 발생해 왔던 오프라인의 구태가 첨단을 달리는 인터넷 업계에서 그대로 재현됐다는 점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1∼2년 전부터 불어닥친 인터넷 열풍으로 수많은 인터넷 업체가 생겨나 경쟁이 과열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이번 사건의 결말은 결국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는 팍스넷에 비해 씽크풀은 어떤 면에서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팍스넷은 씽크풀의 요구대로 공개사과를 할 수도 없고 맞고소를 하기도 마땅찮은 상황이다. 맞고소를 해봐야 그다지 득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소송에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 시간할애도 만만찮은 작업이다.

반면 경쟁사인 팍스넷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졌던 씽크풀은 이번 사건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씽크풀을 확실히 입력시킬 수 있게 됐다. 결국 팍스넷은 의도했던 일이든 아니든 별다른 이득없이 씽크풀 「2위 굳히기」에 들러리로 전락한 꼴이 됐다.

시시비비야 어떻든간에 시간이 생명인 인터넷 업계가 서로를 비방하며 비생산적인 일로 시간을 낭비한다는 점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서비스의 품질로 옥석을 가려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쓸데없는 신경전으로 상대방을 흠집내고 의미없는 소모전으로 귀중한 시간을 흘려버렸다는 점을 타 인터넷 업체들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