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통상법 301조는 외국 교역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조사하고 이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미 무역대표부(USTR)가 미국 업체의 청원에 따라 직권조사를 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 것이 「스페셜 301조」다. 이는 외국 교역국이 미국 업체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을 경우 이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특별조항이다.
USTR는 이 조항에 의거해 각국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적절한 보호나 시장접근 제한 정도에 따라 그 등급을 「감시대상국(WL)」 「우선 감시대상국(PWL)」 「특별관심국(SM)」 「우선 협상대상국(PFC)」 등으로 구분해 지정한다.
USTR는 매년 미국의 국제지적재산권연맹(IIPA)이 작성한 각국별 지적재산권 보호실태 자료를 참고로 해 각국별 지적재산권 보호 등급을 매긴다. 스페셜 301조에 의해 우선 협상대상국으로 지정되면 강력한 보복조취가 취해진다. 해당국가와 지적재산권 분야에 대해 6∼9개월 동안 협상을 벌이고 이것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해당 분야는 물론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미국내 수입을 제한, 높은 관세를 적용한다.
우선 감시대상국으로 지정되면 우선 협상대상국처럼 강력한 보복조치는 없지만 미국 정부의 경고메시지가 전달된다. 미흡한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라는 압력이 거세다.
그래서 매년 5월이 되면 미국 교역국들은 미국 USTR의 지적재산권 보호 등급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 등급에 따라 제재도 제재지만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국가별 이미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일 USTR가 밝힌 우리나라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적절한 보호나 시장접근 제한 정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는 매우 충격적이다. 미국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우리나라를 지적재산권 보호와 관련해 우선 감시대상국로 지정했다. 지난 97년 이후 3년 동안 유지해 오던 감시대상국에서 오히려 한단계 높아진 것이다.
USTR가 이를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정부가 외국 컴퓨터프로그램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갖은 노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저작권 소급보호대상 기간과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의 역분석(decompilation) 허용범위 등에 대한 규정들이 미비하고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물론 이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외교통상부는 『미국 정부의 우선 감시대상국 지정조치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조치가 구체적인 제재가 아닌 일종의 경고성 조치로서 아직까지는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동안 정부의 갖은 노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조치라는 점을 내비치고 있다.
사실 정부는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각 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정부의 불법복제소프트웨어 단속으로 60%에 이르던 SW불법복제율이 대폭 줄어들었으며 저작권법과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도 집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또 국산영화에 대한 스크린쿼터 제도도 점차 완화되고 있으며 상표법 개정으로 외국상표권자의 보호에도 큰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USTR가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우리나라를 감시대상국에서 한등급 높여 우선 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한 것은 너무하다는 입장이다.
외국인의 투자를 확대하고 공정경쟁을 하기 위해선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를 높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USTR의 「국별 지적재산권 보호 관련 연례평가」가 세계 최대인 자국시장을 담보로 미국이 임의로 결정한다는 점에서 그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보호무역주의 배격을 국정의 최대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미국이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국별 지적재산권 보호 관련 연례평가를 실시하지 않고서 어떻게 그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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