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당정간 힘겨루기

올해 제정될 과학기술기본법 입법예고를 앞두고 당정간 힘겨루기가 또 다시 시작되고 있다. 지난 98년부터 법제정에 나선 집권여당과 유보를 주장해 온 과학기술부간의 밀고 당기는 힘겨루기는 벌써 3년째다.

 새천년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를 빗대 『야당의 입장에서 정부와 싸우고 있는 느낌』이라는 푸념이다. 정부가 마치 야당 대하듯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과기부는 과기부대로 여당안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내며 정부 주도의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정부와 여당은 올해는 기필코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여당 총재이자 행정부 수반인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주 과학기술기본법 제정을 서두르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물론 당정의 장담은 양보 없이 서로 자신의 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다.

 당 관계자들은 국민의 정부 들어 여전히 행정부가 여당을 무시하고 정부가 「북 치고 장구 치려」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연유인지 몰라도 최근 한정길 과기부 차관이 새로 임명된 집권여당의 이해찬 정책위 의장을 방문했다가 문전박대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는 후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사전 약속 없이 방문했다는 이유다. 이틀 뒤 방문한 박익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에게 상당히 호의적으로 대했던 태도와는 극과 극이다.

 현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까지 지내 행정부 관리들의 입장과 생리를 잘 아는 정책위 의장이 왜 그랬을까.

 과학기술계 주변에서는 장관으로서 개혁을 추진하면서 내부에서 겪었던 직업관료들의 반개혁 성향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법 만드는 일은 국회 몫인 만큼 정부는 여당이 제대로 입법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여당은 여당대로 합리적인 정부측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당정간 불협화음 없이 일사천리로 입법이 추진되는 것도 썩 좋은 모양은 아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는 토론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서로의 입장만을 고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제과학부·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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