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식 하나로통신 사장
벤처기업이 우리 경제의 중요한 한 축으로 등장하면서 기존 제조업 즉 굴뚝산업으로 대표되는 대기업들은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벤처로의 핵심 인력 유출, 증시에서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인한 주가폭락 등으로 벤처기업을 보는 시각이 곱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벤처기업들도 대기업의 협력관계를 종속관계로 인식하고 적대시하거나 그 반대로 경영권을 대기업에 넘겨 한몫을 챙기려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과거 산업사회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관계는 하청을 매개로 한 수직계열화 관계라 할 수 있다. IMF체제에까지 이른 한국경제 침체의 근본 원인을 국가 및 기업의 경쟁력 부재에서 찾는다면 이는 산업계의 경제주체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호 신뢰와 협력으로 「집합적 경쟁력」을 못갖추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90년대 미국경제 르네상스의 발판이 된 벤처기업 성공의 뒤에는 대기업과의 긴밀한 네트워크가 있었음을 지적한다. 대표적인 모범사례라 할 수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가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협력을 통한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인접한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집단적 기술발전을 유발하고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으며 휴렛패커드는 고객욕구와 기술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벤처기업과의 제휴를 추진하는 오픈 전략을 펴고 있다. 또 선마이크로시스템스도 핵심기술부문에 집중 투자하고 주변부품은 외부구매에 의존하거나 하청 생산 등 벤처기업과의 파트너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대기업은 벤처기업과의 상생(相生)관계를 통해 개발비용과 개발기간의 단축, 리스크 분산화, 기술혁신의 촉진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협력모델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효과적인 분업 모델 형태는 연구개발력이 뛰어난 벤처기업과 마케팅 경쟁력을 지닌 대기업이 상호보완적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생산은 벤처기업이, 마케팅은 대기업이 맡는 모델이다. 또다른 형태는 기업 인수합병(M&A)이다. 합병되는 벤처기업은 대기업의 주식을 받아 이익을 취하고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대기업은 성공가능성 있는 제품이나 회사를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자수성가한 대표적인 벤처기업가인 유리시스템의 김종훈 사장이 자신의 기업을 루슨트테크놀로지스에 매각하고도 전문경영인으로 벤처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관계는 경쟁과 협력이라는 동전의 양면을 지니고 있다. 대기업은 벤처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벤처정신을 배워 내부창업제도(Internal Venturing) 활성화, 스피드(Speed) 경영체제 구축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한편, 협력을 통해 첨단기술의 확보와 핵심역량으로의 집중투자를 꾀할 수 있다. 또 벤처기업은 대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기술선도적 우위력 확보에 주력할 수 있으며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시장확보, 브랜드파워 강화, 관리기법의 전수, 투자자금의 확보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국내경제의 중심축은 기존 및 디지털시대 역량을 결합시켜 변신에 성공한 대기업이 맡되 벤처기업과의 협력모델을 찾아야 한다. 이런 협력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호간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며 파트너십의 이점을 인식하고 이익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과 확실한 역할분담, 갈등조정 구조의 구축 등이 이뤄져야 한다.
즉 대기업과 벤처기업간의 협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원칙의 정립이 우선되어야 한다. 즉 서로간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성과와 통제권을 공유하고 상호간의 지속적인 공헌을 전제로 협력관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원칙하에 「전략적 차원의 성과」를 최대화하기 위한 윈윈관계의 구축에 초점을 두어야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제휴는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나로통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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