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011의 017인수 허용

공정거래위원회가 마침내 SK텔레콤(011)의 신세기통신(017) 인수를 조건부로 허용했다는 보도다. 결합 후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을 2001년 6월까지 50% 미만으로 낮추고 계열사인 SK텔레텍에 대한 단말기 구매량을 2005년까지 연간 120만대로 제한한다는 것 등이 조건의 골자다.

이번 결정은 그러나 011-017 결합이 당장 통신시장에 몰고올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국제경쟁력과 서비스 질의 향상 등 중장기적 차원의 숙고보다는 당면문제를 봉합하는데 치중했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011-017의 결합에 반대하던 PCS 3사가 이번 결정에 안도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SK텔레콤은 결합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없어졌다며 반발하고 있는 점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미 예상된 대로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이동전화 시장 질서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같은 셀룰러통신사업자인 011-017의 결합은 곧 닥칠 차세대 이동통신 IMT2000 사업자 선정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011-017의 결합에 맞서 한통프리텔(016)과 LG텔레콤(019) 등 PCS사업자가 다른 PCS사업자인 한솔엠닷컴(018)을 두고 벌이는 인수전이 본격적인 국면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또한 셀룰러와 PCS 사업자 진영 가릴 것없이 뛰어들고 있는 하나로통신 등 또다른 통신사업자들의 인수전도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보아 우리나라 정보통신 시장의 질서를 새로 짜게 되는 사상 초유의 산업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셈이다. 따라서 SK텔레콤과 PCS 3사측 모두 산업 재편의 첫 단추격인 이번 011-017 결합 과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주도권 경쟁에서 낙오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법하다.

공정위 역시 이미 현금까지 오간 011-017 결합을 수포로 돌린다거나 PCS 3사 측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할 수만은 없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으리라는 점은 익히 짐작되는 바다. 이번 결정이 지난해 12월 20일 인수 발표 직후 심사에 착수한 지 4개월 만에, 그리고 그 발표시기가 한차례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고 한다.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바도 바로 이 대목이다.

솔직히 말해 국내외 이동전화시장 추세를 볼 때 점유율을 인위적으로 낮추게 하고 특정회사의 단말기 공급을 제한한 결정들은 썩 선진적이거나 합리적인 처사는 아니라고 본다. 시장점유율이 57%나 될 독과점 기업을 인정하면서도 서비스질 향상 조건 등에서는 극히 너그러운 입장을 보인 것이 그렇다. 자율경쟁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결합을 무효화해야 한다며 선후발주자 격차론을 내세운 PCS 3사 측의 주장이 상당 부분 반영된 점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결과적으로는 소비자보다는 기업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쪽에 더 큰 무게가 실렸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우리는 새삼스럽긴 하지만 당국과 기업들에게 요즘의 소비자는 독과점 여부나 점유율을 떠나 자신들에게 얼마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선호도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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