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장 잇따른 탈퇴 번복, 이유는 무엇인가

제3시장 지정기업이 취소의사를 번복하는 사태가 잇따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주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지만 일부에서는 지정취소와 관련한 법적, 제도적 정책이 미비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보완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일부 세력에 의한 의도적인 주가조작으로 제3시장에서 탈퇴(지정취소)할 것으로 의중을 굳혀가던 케이아이티는 지난 17일 공시를 통해 당초 계획을 번복했다. 내부적으로 지정취소를 검토한 디지털에프케이도 20일 부인공시를 냈다.

결과적으로는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으나 3시장 개장 이후 처음으로 탈퇴의사가 표출됐다는 점에서 양 기업은 여전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사이버타운이나 넷티브이코리아, 코스모이엔지가 지정신청서를 제출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당초 케이아이티와 디지털에프케이가 탈퇴의사를 밝힌 데는 의도적인 주가조작으로 실제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투자자 보호 및 주주 의견 수용이라는 점에서 계획을 번복하기로 했다. 더욱이 현재 제3시장 운영규정상 지정취소에 따른 정확한 기준이나 규정이 없는 것도 선뜻 탈퇴하기 힘든 이유다. 업계 관계자들은 『괜히 제3시장에 올라와서 기업 이미지만 훼손되는 것 같아 탈퇴하고 싶지만 현재로는 환금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지정받기는 쉬워도 탈퇴는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법규 및 제도 없어=지정취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 보호다. 매매한 주식에 대한 환금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얘기다. 지정취소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도 바로 환금성 보장과 관련한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환금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주식 전체를 기업에서 매입하는 방법이 있다. 여기에는 △한달후 최종주가 △시초가 △기준주가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상대매매방식으로 거래되는 제3시장의 특성상 어느 것 하나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의 시각이다.

호가중개시스템운영방침에는 지정취소가 가능한 것으로 나와 있지만 구체적인 방식이나 절차에 대해서는 명시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공시상의 문제=증권업협회에서 조회공시를 요구하면 하루 이내에 답변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A사에서 「지정취소 확정」으로 공시할 경우 투자자 보호 조치가 동시에 발표돼야 한다. 「검토중」이라고 발표한 후에도 한달이내에 결과를 재공시하도록 돼 있다.

결국 주어진 시한은 길어야 한달이다. 그러나 이 기간 기업에서 적정 방법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협회 측의 미온적 태도=제3시장 지정을 받은 이후 사후책임은 전적으로 기업이 부담하도록 돼 있다. 일단 지정이 됐으면 시장 자율에 맡기며 투자자 보호 정책도 기업에서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 증권 당국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은 『증권업협회나 코스닥증권시장이 기업 유치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사후 조치에 대한 명확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정확한 대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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