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조명업체, 고부가 제품으로 승부해야

『최근 백열등 한 개의 출고가격이 웬만한 아이스크림 값에도 못미치는 300원에 불과합니다. 일부 업체의 경우 200원대 제품을 내놓고 있으며 심지어 수입품의 경우는 180원짜리도 있습니다.』

이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조명업체인 K사의 관계자가 최근 등(램프) 시장이 극도로 위축된데다 중소업체와 수입품의 난립으로 제값받기가 힘들다며 늘어놓은 넋두리다.

실제 국내 조명업계 대표주자인 이 회사는 지난해 전년보다 300억원이나 줄어든 7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이같은 큰폭의 매출 감소는 지난해 초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3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던 계량기 부문이 분사한 데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국내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이 줄어든 것과 다름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매출 부진은 K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등기구업체를 비롯해 안정기업체 등 조명관련 업체 전반에 걸친 문제다.

이에 대해 조명업계에서는 등 시장은 건설경기와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는데 건설경기가 몇 년째 바닥에 머물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명업계는 단순히 건설경기가 살아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식음료 분야에 뒤늦게 뛰어들었으면서도 남들이 생각치 못했던 대추음료라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 상품 「가을대추」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웅진식품의 사례는 이같은 의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들과 똑같은 단순한 백열등·형광등을 내놓고 가만히 앉아서 매출이 늘기를 바라기보다는 끊임없는 시장조사와 기술개발로 소비자 입맛에 맞는 신제품을 내놓고 높은 부가가치를 올리겠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때다.

또 형광등·백열등 하면 손쉽게 떠오르는 브랜드가 없다는 점도 조명업계는 직시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산다」는 마케팅의 기본 원칙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들어 정부의 고효율 기자재 보급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들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는 등 고효율 등기구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점도 국내 조명업계가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다.

<산업전자부·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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