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3시장의 허수

올해 국내 증시의 뜨거운 감자라면 단연코 「제3시장」을 꼽을 수 있다. 연초만해도 시중자금의 대부분이 제3시장으로 집중돼 코스닥시장을 위협할 것으로까지 예상했었다. 그러나 「소문난 집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거래량 부진은 차치하고라도 날이 갈수록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게 제3시장이다.

최근 제3시장을 탈퇴(지정취소)하려다 다시 주저앉은 케이아이티의 경우는 그 대표적인 예다. 일부 세력에 의해 주가가 오도되느니 차라리 제3시장에서 나오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 아래 탈퇴를 결심했지만 어이없게도 세부적인 지정취소 기준이 없더라는 것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주식 전량을 매입하려고 했지만 매입가 산정기준도 없고 투자자 범위도 그렇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규정이 없었다』면서 『주식 발행사가 사후의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현재 규정대로라면 제3시장이 싫어도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는 대단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제3시장의 문제점으로 투자자 보호 정책이 미흡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온 사실이지만 제3시장에서 거래를 정지하는 기업에 대해 마땅한 규정 하나 없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케이아이티」건이 있은 이후 증권업협회와 코스닥증권시장은 비상회의까지 소집했다고 하지만 공전만 되풀이했다는 후문이다.

제3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책은 장외 우량기업이 제3시장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기업의 자유로운 진입과 탈퇴가 보장되지 못하고 적절한 투자자 보호정책이 수반되지 않는 이상 제3시장은 천덕꾸러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현재로선 제3시장이 증시의 3두마차가 될지, 아니면 천덕꾸러기가 될지의 여부가 순전히 정책당국의 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특히 「IT 벤처기업=제3시장」이라는 등식에서처럼 국내 IT산업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다. 『뭔가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괴감만 든다』는 업체 한 관계자의 말이 지워지질 않는다.

<디지털경제부·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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