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M&A와 벤처

인터넷업계의 대표적인 엔지니어 이미지로 굳어져 온 네이버컴 이해진 사장의 주특기는 M&A인가.

새롬기술과의 합병 및 합병 무산건으로 인한 상처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네이버컴이 주도가 돼 몇몇 인터넷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M&A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을 두고 나온 말이다.

지난달 새롬기술과의 합병발표가 있은 후 업계와 각종 언론에서 제기됐던 수익성 문제 때문에 사업다각화를 해야 하는 네이버컴의 상황이 촉박한 것은 사실이지만 네이버컴의 행동개시가 의외로 빨리 나온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어리둥절하는 눈치다.

최근 M&A 관련 루머가 네이버컴을 중심으로 잇따라 나오는 것을 두고 업계에선 여러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다. CEO의 퍼스널리티에서 대기업 개입설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나타난 현상만 보면 기술중심의 대표적인 벤처가 대기업의 경제논리에 휘말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벤처를 벤처로 보고 육성해야 하는 것이 옳을텐데 큰손들이 벤처를 자기 사업을 전개하는 데 사용하는 하나의 툴로 보고 이용하려다보니 벤처 특유의 순수성이 없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어쨌건 이번 두 번의 합병설에 회자되면서 네이버컴이 갖고 있던 원래의 순수한 인터넷기업 이미지가 상당부분 퇴색된 건 사실이다. 결코 M&A가 갖고 있는 윈윈효과를 무시하자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사실 M&A의 주체는 벤처보다는 오히려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에 어울리는 말이다. 그런데 자꾸만 대기업의 파워게임을 위한 수단으로 벤처가 M&A의 주력 세력으로 나타나게 되면 기술력과 젊음이라는 자본으로 꿈을 실현시키려는 벤처의 기술개발에 장애만 될 뿐이다.

「M&A 루머」라는 태풍의 한복판에 서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네이버컴을 보면서 왜 자꾸 「희생양」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인터넷부·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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