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케이블TV방송협회의 정상화

지난 5년간 케이블TV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케이블TV방송협회의 요즘 모습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새로운 방송법 환경에 맞게 협회 조직을 개편한다는 취지에서 PP(프로그램공급사)협의회와 SO(케이블TV방송국)협의회를 협회내 조직으로 흡수하고 관련업무도 대폭 정비했으나 예상치 못했던 직원들의 이직사태와 사기저하로 한바탕 곤혹을 치렀다. 이같은 일련의 사태로 협회는 그동안 쌓아온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사실 케이블TV방송협회는 케이블TV 출범 이후 많은 일을 해왔다. PP·SO·전송망사업자(NO)간 해묵은 갈등관계를 조정하고 케이블TV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를 바라보는 회원사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PP측은 협회가 SO에 질질 끌려다닌다며 볼멘소리고, SO측은 방송법 등 정책 현안이 생길 때마다 협회가 제목소리를 낸 게 뭐가 있느냐며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어찌보면 3분할 사업자간 이해관계의 틈바구니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해왔던 게 협회의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케이블TV업계 일각에선 협회에 무작정 의탁하기보다는 차라리 독립하자는 목소리도 간간이 튀어나온다. PP들 입장에선 내년부터 PP등록제가 실시되는데다 위성방송이 출범하면 위성PP까지 생기는 마당에 협회에 남아 있을 명분이 없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케이블TV업계는 그간의 갈등과 불신의 앙금을 말끔히 해소하고 협회를 새로운 조직으로 탈바꿈하도록 힘을 몰아주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이같은 합의는 결국 협회 조직의 전면적인 수술이라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케이블TV업계가 이같은 원칙에 기본적으로 합의한 것은 케이블TV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케이블TV업계는 지금 위성방송의 출범, 통신사업자의 방송사업 진출 등으로 격변기에 놓여 있다.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지금처럼 실감나게 들린 적도 없다.

협회의 정상화에 이제 회원사들도 같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아직은 모두가 공동 운명체이기 때문이다.

<문화산업부·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