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395) 벤처기업

IMF<13>

중국에서 돌아온 나는 구조조정의 고삐를 당겼다. 연구실 직원을 반으로 줄여 스무명을 내보내고 홍보실을 없애고 총무부와 관리부서를 축소시켰다. 모두 서른두명의 직원이 나가는 것이었다.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은 회사 내에 돌고 있어서 사내는 폭풍 전야처럼 고요했다. 그것은 마치 살얼음판처럼 냉각되어 있었다. 복도에서 직원들을 만나도 계면쩍었고, 인사를 주고 받으면서도 나는 무슨 죄라도 지은 심정으로 얼른 고개를 돌렸다. 남을 사람이나 떠날 사람 모두에게 큰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총무 이사가 가지고 들어온 최종 서류에 사인을 하기 전에 나는 잠깐 생각해 보았다.

『공 이사, 이들을 꼭 내보내야만 해결될까요?』

얼굴이 여자처럼 곱살하게 생긴 공 이사는 아무말 못하고 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자기에게 물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표정이었다.

『유행처럼 감원을 하고 있는데 이 길만이 살아남는지 회의적이오.』

『봉급을 반으로 줄여서 나갈 사람을 떠안는 방법을 쓰는 회사도 있는 모양입니다만 봉급을 반으로 줄이면 생활이 안되지요.』

『남는 직원들이 그래도 좋다고 하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소.』

『어려운 일입니다.』

『봉급을 반으로 줄이면 공 이사는 나갈 거요?』

『글쎄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군요.』

『내일 날짜로 퇴출하도록 하지만 월급은 이 달까지 처리해줘야 할 거요. 그리고 퇴직금도 정산해주시오.』

『퇴직금 정산할 돈이 없는데요.』

『그래요? 내가 빌려볼테니 나가는 사람들 불편하지 않게 해줘요.』

『알겠습니다.』

공 이사가 사장실을 나가고 나자 나는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휴지를 꺼내 코를 풀고 있을 때 비서가 들어와서 문 과장이 면담을 요청했다고 하였다. 문 과장이란 홍보실 책임을 맡고 있는 노처녀 문지랑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문 과장은 그녀의 나이 서른살이 되던 5년 전에 다른 회사 사보를 만들다가 나의 회사 홍보실 대리로 들어와서 홍보와 선전 관련 일을 해 왔다. 봄만 되면 그녀가 결혼한다는 소문이 떠돌았으나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오년이 흘렀다. 그녀의 나이도 서른다섯살이 되었고 이제는 결혼한다는 소문이 퍼져도 아무도 믿지 않을 만큼 노처녀로서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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