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에 대한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SK텔레콤과 개인휴대통신(PCS) 진영이 「마지막 승부」를 펼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011과 PCS 3사의 움직임이 최근의 선거판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투표일을 코앞에 두고 각 정당과 후보들이 표심(票心)을 잡기 위한 막판 승부수를 일제히 띄우는 것처럼 이들도 공정위 판정에 대비한 여론잡기 선전전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011의 017 인수는 공정위가 일단 양사의 기업 결합을 승인해 주되 시장점유율과 관련된 단서나 조건을 붙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주무부처인 정통부는 이미 인수합병의 전제조건으로 연말까지 양사의 점유율을 50% 이하로 끌어내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011은 물론 PCS 진영도 거세게 반발, 공정위로서는 매우 곤혹스런 처지에 몰리게 됐다.
공정위는 이 때문에 정통부의 견해, SK텔레콤과 PCS 3사의 입장, 경제 효율성 등 다양한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조건부 승인」도 이런 맥락에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공정위의 최종 판단을 예단할 수 없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총선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과 똑같다.
그래서 011과 PCS 진영은 공정위 판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여론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한치 양보도 없는 논리 공방전을 전개중이다.
포문은 SK텔레콤이 열었다. 011은 각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를 통해 자사가 비록 한국에선 1위 기업이지만 세계적 통신 대기업들과 견주면 중소규모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시장 개방, 세계적 규모의 무차별 경쟁이 특징인 통신산업 부문에서 SK텔레콤이 이들과 싸우려면 국내 시장 점유율과 같은 좁은 시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눈을 돌려 좀 더 큰 세상을 겨냥해야 한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PCS 진영은 당장 반박 광고에 나섰다. 이들은 「공정한 경쟁만이 경쟁력을 낳는다」는 카피를 동원했다. 혹시 공정위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기업 결합을 승인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이를 정면으로 받아치고 있는 것이다.
PCS 3사는 경쟁 도입으로 이동전화 요금이 평균 40%나 인하됐다며 011이 017을 인수할 경우 점유율 57%의 독과점 기업이 탄생,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다고 주장한다.
특히 후발주자들이 등장, 자생력을 갖추기도 전에 SK텔레콤이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 공짜 휴대폰을 양산했다는 비난도 곁들였다.
아무튼 양진영의 「여론 호소 전쟁」은 12일 판가름이 난다.
업계에는 공정위가 기업 결합은 인정하지만 신규 가입자 확보를 50% 이하로 제한한다는 절충안을 선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돌고 있다. 신규 가입자에 한해 SK텔레콤이 PCS 진영에 비해 단말기 보조금을 적게 지급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열쇠는 단말기 보조금의 차등 규모다. 또 시장에서 실제로 이 같은 조건이 지켜질지의 여부도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총선 결과에 초조해 하는 것은 출마자들뿐만이 아니다. 이동전화사업자도 또 다른 선거를 치르고 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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