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394) 벤처기업

IMF<12>

함 과장은 나처럼 정식으로 대학에 들어가 기술을 배운 기술자는 아니었다. 공고를 나와서 청계천 점포에서 심부름을 하다가 컴퓨터를 조립하거나 수리해주게 되고, 그러면서 어깨 너머로 기술을 습득하였다. 그의 나이가 마흔다섯살이기 때문에 이제 다른 업종을 선택하기도 어려운 일이고 이곳을 나가면 다른 곳에서 받아줄지도 의문이었다. 기술자이기 때문에 전 같으면 다른 직장으로 옮길 수도 있지만 지금은 어느 회사이든 구조조정이라고 해서 감원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기술력은 없지만 성실하였기 때문에 감원 대상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다음 명단에는 홍 차장이 들어 있고 뒤이어 세 명의 대리급 직원이 차례로 넣어져 있었다.

『의외인데? 홍 차장은 자네 친구가 아닌가?』

『제 친구라고 해서 제외하면 정실 인사가 됩니다. 냉정하게 처리했습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공정한 것 같았으나 윤 실장은 사장에게 충성을 바치기 위해 친구를 배신한 것이 되었다.

『명단을 보니 고참들을 우선 순위로 해서 뽑았군.』

『맞습니다. 기준은 바로 신진과의 물갈이입니다. 홍 차장과 함 과장은 입사 십년이 되었고, 다른 세 명의 대리도 오년이 넘었습니다. 그 밖에 사오년이 된 고참들을 모두 추렸습니다. 그들은 다른 신입 기술자들보다 월급이 많으면서 하는 일은 별로입니다. 4년 전의 일입니다. 그때 한 해 동안 투자해서 게임 개발에 착수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주역이지요. 이제 그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새로 들어온 신입 엔지니어들이 머리가 반짝거리고 좋습니다. 그래서 명단의 제일 끝에 제 이름도 넣은 것입니다. 저를 비롯한 고참들은 모두 물러가야 합니다.』

『무슨 소리야? 누가 자네보고 물러가라 했나? 물갈이 한다고? 여기가 뭐 정치판이야? 그런 소리는 하지 말고. 잘 추린 것 같군. 구조조정의 목적에 부합된 선발이긴 한데. 홍 차장과 함 과장은 꼭 내보내야 하겠나? 그들과 일하는 데 불편한 점이 있었나?』

『좀 그런 점도 있습니다. 함 과장은 나이가 위라서 제가 데리고 일 시키기에 불편한 점이 있었고, 홍 차장은 친구라는 점에서 좀 그렇습니다.』

『그럼. 이대로 실행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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