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한국 부품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

플렉코리아 박용규 사장

글로벌시대가 필연적으로 몰고온 세계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의 중요한 관문 가운데 하나는 전략적 제휴, 조인트 벤처 등 기업 대 기업의 관계설정을 통한 발판 마련이다. 우리가 뭐든지 다 잘 할 수는 없다. 부품산업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물론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면 걱정을 하지 않겠지만 기술과 마케팅에서 홀로서기를 통한 세계 시장 진출을 추진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것이다.

세계 최고의 파트너를 찾아 그들의 마케팅 능력과 기술력, 최첨단 경영능력, 자본력 등을 활용해 세계 시장, 특히 아시아 시장을 공동 공략해야 한국 시장의 수성이 가능하고 기업도 키울 수 있다.

공동 마케팅과 신제품 공동 개발이 절실하다. 이때 노 웨어(Know Where)가 가장 큰 문제로 부상하게 된다.

세계 시장에서 기술·마케팅·확장가능성 등의 면에서 상호 이익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해외 업체와의 관계 수립은 이제 중소 부품업체들이 직면한 중요 관문으로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누가 우리 회사와 적절한 파트너인지, 어디에·어떤 규모의 시장이 존재하는지, 앞으로의 기술 동향과 시장 변화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에 기업의 생존 및 성패 여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한한 기회의 장, 그러나 정보가 결여된 상황에서는 접근하기가 망막한 글로벌 부품 시장에서 한국 부품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려면 무엇보다도 품질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구비해야 한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라도 그 기술을 수렴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지 못하면 사장되고 만다.」

지난해 회사를 찾아온 KAIST 출신 Y박사는 자신이 세계적인 기술을 개발, 그동안 한국 굴지의 전자회사들을 끊임없이 노크해 기술 도입 및 양산을 추진했으나 이들 업체는 기술 자체의 우수성은 인정하면서도 채택은 미루는 입장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전세계 굴지의 빅5가 채택해야만 한국 업체들도 안심하고 그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플렉코리아는 미국 플렉리서치와 이 기술의 검토에 착수해 그 기술력의 잠재성을 발견하고 즉시 미국 굴지의 I사·S사를 소개해 핵심 연구원들과의 직접 검토에 들어갔다.

그 결과 지금은 한 업체와 계약 직전 마무리 단계에 있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라도 빅 가이드를 통한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면 사장되고, 좋은 파트너를 만나지 못하면 또한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기술들이 엄청나게 많다. 세계 선두 업체들이 채택해야만 세계 표준화가 되고 상용화가 돼 세계적인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가 이 기술을 인정하고 채택할 능력을 갖춘 회사인지를 아는 능력을 스스로 갖추든지, 또는 아웃소싱을 통해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시장규모가 얼마인지를 분석할 수 있는 분석력과 경쟁기술을 가진 회사가 누구인지, 그들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비교·분석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절실하다.

이제 좋든 싫든 우리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세계적인 업체들이 막강한 기술력과 자본으로 한국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정부로서도 더 이상 기업을 지켜줄 수가 없다. 글로벌 소싱시대를 맞이해 우리 기업들에 바라고 싶은 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과 정부는 우리의 연구진들이 창의적·지속적으로 기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과 같이 기본적으로 세계 시장 및 경쟁사들에 대한 정보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셋째 독불장군이 없다는 삶의 지혜처럼 무조건 M&A보다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 전략적 동맹을 맺어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 의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끝으로 우리는 세계적인 기술과 창의성이 뛰어난 훌륭한 민족의 자손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비전을 가지고 나아가는 민족적 자부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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