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벤처기업과 주식액면가···양승택 한국정보통신대학교 총장

IMF사태 이후 불고 있는 벤처기업 열풍 속에 98년 말 시가총액이 7조9000억원이었던 코스닥 시장규모도 최근 106조원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제 삼성·SK 등 대기업의 벤처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중기청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벤처기업은 기술력이나 경영자의 자질, 경영형태 등에서 기존 기업과 다른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매출증가율·이익률·수출증가율 등에서 일반 중소기업이나 대기업보다 월등한 경영성과를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벤처기업이 21세기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주도세력으로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기술과 아이디어, 그리고 모험정신으로 무장한 벤처기업은 경제뿐만 아니라 이제는 사회·문화 등 모든 부문에 걸쳐 파급되면서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벤처정신이 우리의 삶과 의식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목표와 비전을 찾아 전력을 다하는 벤처정신은 분명 기존의 틀 속에 안주하려는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벤처열풍은 대학졸업자의 취업형태에도 변화의 바람을 몰고왔다. 내로라 하는 대학의 우수한 졸업생들이 대기업보다는 자신의 일에 몰두할 수 있고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벤처기업을 택하고 있다. 또한 벤처기업은 기술과 창의력, 그리고 도전정신을 갖춘 인재라면 출신과 학벌을 따지지 않고 인력을 채용하고 있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던 학벌 위주의 풍토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벤처열풍은 정부의 벤처기업 지원정책은 물론 제도의 개선에 힘입은 바 크다. 예를 들면 98년 말에 개정된 상법에서 주식의 최소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낮춘 것은 모험이 큰 벤처기업에 그 모험에 상응하는 이익을 보장해줄 수 있는 제도를 부분적으로나마 만들어주게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적인 장치에 의해 벤처기업으로 자금이 흘러들게 되고 자생적인 벤처열풍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는 정부가 지원하는 몇조원의 벤처자금보다도 더 큰 가치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벤처열풍을 항구적으로 지속시킬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는 없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선진국 중에서 사례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계의 여러 선진국 중에서 왜 유독 미국에서만 벤처열풍이 그렇게 오래 지속되고 있으며 독일·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는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가장 확실한 차이는 독일과 일본에는 주식에 최소액면가제도가 있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발행주식의 액면가를 제한함으로써 유령회사를 만드는 것을 막고 과세자료를 쉽게 얻는 이점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이러한 제도 때문에 사채시장이 형성되고 불확실한 과세에 대한 면죄부를 제공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주식의 가치는 당연히 회사의 현재 가치를 발행주식으로 나눈 가치, 즉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액이어야지 발행 당시의 금액일 수는 없다. 그런데 주식증서에는 발행 당시의 액면가가 버젓이 적혀 있다. 그것은 회사설립 당시 회사의 가치가 거의 없을 때의 값이거나 몇십년 전 발행 당시의 값이며, 그동안 가치를 창출해온 벤처기업의 노력에 대한 결과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100원이라고 적혀 있는 주식을 1만원에 샀을 때 투자자들의 투자의욕을 저하시킬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이는 벤처기업이 창출할 수 있는 가치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또한 주식의 최소액면가제도는 주식분할을 제한하기 때문에 벤처기업이 대성하였을 때 귀족주식의 양산을 초래하게 되고, 이 때문에 주식시장을 통한 대중투자자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게 된다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제는 아날로그 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따라 경제구조와 제도의 틀을 이에 맞게 바꿔나가야 한다. 디지털 경제에서 창조되는 벤처기업은 아날로그 경제에서보다 엄청난 속도로 성장할 것이고 또한 무한히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아날로그 경제의 논리와 사고로 만들어놓은 현재의 최소액면가제도를 과감히 개선해야 새 천년에 전개되는 디지털 경제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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