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T업체가 잊고 있는 것들

2, 3년 전 「고객감동」 「고객만족」이라는 슬로건과 광고가 가전업계를 휩쓴 적이 있다.

당시 가전업체들은 너나 가릴 것없이 고객을 왕으로 모신다며 고객서비스 개선에 사운을 걸다시피했다. 비록 가전업체들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다소 불순한(?) 의도로 시작된 것이긴 했지만 이러한 전략은 어찌됐던 의외의 효과를 거둬 고객 만족도가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결과를 가져 왔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미국의 시스코시스템스도 고객 중심의 경영과 제품 개발로 기업 가치에 있어선 마이크로소프트(MS)를 위협하는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객을 중심에 두는 기업경영이 가져다 준 결과였음에 두말 할 나위 없다.

하지만 최근 뜨고 있다는 국내 IT 업체들을 살펴보면 「고객」은 간데 없고 「회원」만 남아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부분 인터넷관련 업체들은 고객은 안중에도 없고 다만 고객은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수단으로 단지 숫자로 표현되는 「회원」의 일부로 전락했다는 느낌이다.

저마다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주가 올리는 데에만 급급해 회원 숫자 늘리기에 혈안이 돼 있을 뿐 회원들을 고객으로 생각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고객보다는 투자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이 더 급해 어쩔 수 없다 손치더라도 벤처 투자자나 언론에 초점을 맞춘 국내 인터넷 업체들의 경영 스타일은 이미 금도를 넘어섰다고 할 만큼 염치가 없다.

아무리 기술과 시스템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회사를 키우는 것은 고객이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엉망인 회사라면 고객은 더 이상 그 회사에 미련을 갖지 않는다. 그러한 회사에는 내일을 기대할 수 없다.

현재 주요 인터넷 사이트의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회원 대다수는 그들의 대고객 서비스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지 모른다. 비록 떠나지는 않더라고 사이트에 대해 애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회원들이 부지기수로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국내 인터넷 업체들은 회원의 숫자를 자랑하지 말고 그 동안 잊고 지냈던 대고객 서비스에 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고객을 감동시키지 않으면 공룡기업도 살아남기 어렵다 하지 않던가.

<문화산업부·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