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컴퓨터 유통, 변해야 산다.....김재호 우현정보시스템 사장

우리나라 컴퓨터 유통의 변화를 잠깐 살펴보면 왜 변해야 살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컴퓨터 유통의 시작은 84년 1월 국내에서 PC가 생산되면서부터다. 특수기관·특수학교에 국한되던 컴퓨터 구매가 이 시점부터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초기 컴퓨터 유통은 컴퓨터 본체만 판매했다. 모니터는 양산되기 전이어서 TV에 접속해 사용할 때여서 사람들은 모니터가 TV인 줄 알고 썼던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초기 유통의 구심점은 PC에 호기심을 가진, 또는 개발연구쪽 인력들이 주로 구매했다. 판매하기도 어려웠던 때여서 판매하는 사람이 PC에 관한 지식도 없었고 구매자 또한 호기심과 남보다 뭔가 다른 것을 갖고 싶어하는 일부층에 한정되고 향후 컴퓨터 발전을 막연히 기대해 사는 고객뿐이었다. 이는 소프트웨어의 미비, 정보부족, 고가제품이기 때문이다.

당시 컴퓨터 관련 생산업체로 인원을 타사보다 2배로 확보했던 S컴퓨터연구소는 컴퓨터 판매를 연구개발자 중심에서 점차 소비자 중심으로 변경하고 연구개발 중심도 바꿨다. 또 애플과 MMX의 시대는 점차 사라지고 IBM이 개발한 XT컴퓨터가 출시되면서 급속도로 PC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대기업들이 속속 수입에 나선 것도 이 무렵이다. 바야흐로 PC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 당시 유통의 최대 관건은 성능이나 가격보다 소프트웨어의 구동력이 어느 정도이냐였다. 86년부터 89년까지 XT냐 AT냐의 판가름은 어느 기종이 호환성이 우수한지, 게임이 잘 돌아가는지, 어느 PC가 애플리케이션이 다운되지 않고 잘 되는지 등이었다. 이때 유통의 변화가 시작됐다. 이 시점에서의 유통은 판매점의 향후 지원능력에 사활이 걸려 대리점별로 CE(Computer Engineering), SE(Software Engineering), 영업 등 3박자가 고루 갖추어져야 판매가 가능했다. 즉 유통의 능력은 곧 인력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기 시작한 것이다.

89년부터 PC의 대중화가 시작되고 CE·SE·영업에서 전시 매장영업으로 변하면서 컴퓨터도 숍에서 살 수 있다는 개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때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S사는 일본이나 미국 등지의 유통 성공사례를 연구하면서 조심스럽게 대로변 컴퓨터 매장을 오픈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컴퓨터 유통체계 변화를 초래하는 계기가 됐다. 가전제품처럼 세일·판촉·광고 등 영업전략이 나오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조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신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판촉효과가 거의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컴퓨터를 사서 쓰는 일반인의 80%가 컴퓨터 성능의 10%도 제대로 쓰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소비자들이 용도에 맞게 컴퓨터를 구매할 수 있도록 생산체제와 마케팅을 바꿨으면 하는 바람이다.

빠르고, 대용량에다 고장도 없고, 모니터도 큰 PC가 오늘날 컴퓨터의 대명사가 됐다. 여기에는 인터넷 혁명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PC유통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하드웨어 분야는 대중화됐지만 유통은 80년대를 밑돌고 있다. 다른 분야는 인터넷에 발맞춰 바뀌어가고 있는데 유통만은 제자리다. 앞으로 컴퓨터 유통의 단계를 줄이면서 양질의 PC를 누구나 살 수 있도록 좋은 정보가 제공돼야 하고 정말 좋은 컴퓨터가 유통돼야 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