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발언대>해커와 컴퓨터 영재

최근에 컴퓨터의 데이터와 프로그램 등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화이트 바이러스」를 만들어 유명 홈페이지를 통해 유포시킨 한 중학생의 행위에 경악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 바이러스는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10만여대의 컴퓨터시스템을 파괴했던 「멜리사 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큰 전파력과 파괴력을 지녔다고 한다. 급기야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경찰이 사이버테러 경보를 발령하기까지 했다.

이번 중학생의 컴퓨터 바이러스 유포외에도 강제퇴직당한 직원이 여사장을 음란사이트에 올려 스토킹한 사례가 발생했는가 하면, 벤처기업이 협박범의 해킹 위협으로 인터넷서비스가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또한 대검찰청 중수부 컴퓨터범죄수사반 홈페이지에 해커가 낙서를 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보도를 접한 적도 있다.

이와 같이 가상공간에서는 크고 작은 사이버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도 사이버범죄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은 거의 전무한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해킹에 대해 범죄라는 인식보다는 오히려 관대한 면이 지나치게 강조돼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이번 「화이트 바이러스」를 유포시킨 중학생과 같은 미성년자의 경우 특별한 처벌규정도 없을 뿐만 아니라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 역시 죄의식보다는 컴퓨터 실력 과시를 위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어, 앞으로도 겁없는 세대들의 이와 유사한 범죄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언론 등에서 해킹에 대해 질책하기보다는 오히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린나이에 대단하다는 식의 영웅심리를 부추기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럴수록 앞으로 10대들의 사이버범죄는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감당할 수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언론과 관계기관은 컴퓨터 보급과 인터넷 이용 확산 등 정보화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정보화 윤리교육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컴퓨터 사용으로 인한 유익한 면도 중요하나 잘못 사용으로 인한 폐해가 엄청난 점도 인식시켜야 한다.

나아가 컴퓨터 영재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이나 장을 마련하고 그들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방안 또한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하겠다. 그래야만 컴퓨터 영재들이 자신의 실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없을 것이다.

박동현 서울 관악구 봉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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