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추진기업, 주가관리 "발등의 불"

 주식시장의 폭락장세가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는 최근 주가폭락이 계속되면서 대량의 실권주가 발생, 당초 계획했던 유상증자액에 미달되는 사례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유상증자를 추진중인 기업들이 주가방어 차원에서 무상증자를 계획하거나 대규모 기업투자설명회(IR)에 나서고 있다. 최근 새롬기술이 무상증자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제이씨현시스템·자네트시스템·한아시스템 등도 무상증자를 실시키로 결정했다.

 유상증자의 경우 신주 발행가격을 주가보다 낮게 책정해 기존 주주의 증자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투자가로서는 발행가가 주가보다 낮을 경우 증자에 참여할 메리트를 느끼지 못해 증자에 차질을 빚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2월 8일 대우채 환매 때문에 주가 폭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유상증자 차질현상은 당분간 IT 업계에 큰 짐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19∼20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에 나선 프로칩스의 경우 주가가 발행가를 밑도는 바람에 실권주 청약 경쟁률은 0.15대 1로 끝나고 말았다. 20일 기준가가 7200원이었던 반면 발행가는 8100원이었기 때문. 프로칩스는 지난 12∼13일 이틀간 실시한 유상증자 청약에서 전체 400만주 가운데 27.5%인 110만주의 실권주가 발생, 일반 투자자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했었다.

 이 회사 박상재 과장은 『사전에 총액인수제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증자액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사전에 IR를 통해서라도 무상 증자 등에 대해 적극 알리는 등 주가관리에 전력을 다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전체 786만주 가운데 20%인 157만2000주를 유상증자할 예정인 와이티씨텔레콤은 지난 10일 우리사주 청약에 이어 2월 1일 구주주 청약에 들어간다. 할인율 40%로 1차 발행가액이 4920원인 와이티씨텔레콤은 20일 현재 5600원으로 마감됐다. 주가가 계속 내려갈 경우 △1주일 평균주가 △1개월 평균주가 △최근일 종가 기준에 따라 2차 발행가액은 1차보다 내려갈 전망이다. 와이티씨텔레콤 박용균 차장은 『주가가 발행가를 밑돌 경우 대량의 실권주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증자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여서 주가관리 방법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아이앤티텔레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2월 1일 청약에 들어갈 아이앤티텔레콤은 1차 발행가액이 5만1200원, 2차 발행가액 3만원으로 책정됐다. 주가가 3만원 아래로 내려가 대량의 실권이 발생할 것에 대비, IR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주가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주가폭락으로 대량의 실권주 발생 문제뿐 아니라 주식물량 부담에 따른 가격 하락폭이 더욱 커질 수 있어 유상증자에 나설 기업들로서는 이래저래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상증자 이후 주식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증시 침체기에는 가격 하락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화증권 김준형 과장은 『증자를 앞둔 기업들 상당수의 주가가 유상증자 1차 발행가격을 소폭 웃돌고 있는 형편이어서 유상증자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이에 따라 다양한 주가관리를 통해 기업의 주당순가치가 희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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