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특별기획> 밀레니엄 대예측 21 (13);비트상품

 디지털 혁명은 산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과거 산업혁명 못지않은 엄청난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혁명이 특정 국가를 중심으로 서서히 확산된 데 비해 디지털 혁명은 초고속정보망과 첨단 컴퓨터기술 발전에 힘입어 전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는 엄청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혁명 강도가 산업혁명보다 휠씬 크다고 할 수 있다.

 산업혁명은 상품 대량 생산체제를 완성시켰지만 디지털혁명은 기존 상품과는 형태와 성격을 달리하는 신 상품군을 등장시키면서 엄청난 변화를 몰고오고 있다.

 이 변화를 이끄는 주역이 바로 0과 1로 구성된 비트 상품이다. 비록 0과 1의 단순한 조합이지만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재고 처리에 고심할 필요도 없고 별다른 추가 비용없이 무한정으로 찍어낼 수 있는 게 바로 비트 상품이다. 꽉 막히는 도로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고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

 소프트웨어·잡지 기사·음악·동영상 등 온라인으로 주문·결제·배달이 이뤄지는 디지털 콘텐츠들은 대표적인 비트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매체 종류에 관계 없이 디지털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내용물이 비트상품으로서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앞으로 정보기술이 발전하면서 재화와 서비스의 비트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상당수 콘텐츠가 디지털화돼 유통되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는 모든 콘텐츠로 확산될 것이다.

 비트 상품은 온라인 방식만으로 주문·계약·전달 등 전 과정이 처리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비트 상품은 기존 상품의 유통 형태와는 달리 인터넷 등 온라인을 통해 전자적으로 전달하는 게 가능하다.

 재화와 서비스의 비트화가 진행될수록 「상품이 인터넷을 통해 전자적으로 배달」되는 「디지털 유통」이 활성화할 것이다. 앞으로 비트 상품은 온라인으로 주문과 판매, 전달이 이루어지는 체제로 변화해나갈 게 분명하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사용 기간이 제한된 게임소프트웨어 시험판을 미국의 한 인터넷쇼핑몰에서 다운로드받아 사용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 사람은 이 게임의 매력에 흠뻑 빠져 다시 쇼핑몰을 찾아대금을 지불하고 등록번호를 부여받는다. 그리고 시험판에 등록번호를 입력, 사용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정식게임을 즐기는 게 가능하다.

 이처럼 소프트웨어 매장에 나가 제품을 고를 필요 없이 집 안에서 이 모든 거래를 전자적인 과정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유통은 신문·출판·라디오·TV·음반 등 비트로 전환될 수 있는 모든 재화에 적용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쉽게 서비스받을 수 있는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DC의 조사에 의하면 97년에 소프트웨어 시장의 10%가 인터넷을 통해 전자적으로 배달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00년에는 그 비중이 40∼50%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아무리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하드웨어의 경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혼합된 상거래방식을 띨 수밖에 없다. 어차피 배달은 오프라인 방식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트상품만은 오프라인을 전혀 거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만 거래하는 게 가능하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의 소프트웨어 점포들은 몇년 후에는 모두 문을 닫아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아직 회선속도와 불법유통 문제 등으로 완벽한 의미의 디지털유통은 시기상조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지만 이러한 문제는 관련기술 발달로 2∼3년 안에 해결될 것이다.

 비트 상품은 또 공간적 한계를 극복, 상거래 체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비트 상품은 디지털유통을 통해 국내외적으로 아무런 제한없이 거래가 이뤄진다. 따라서 현재의 인위적인 무역장벽은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한다.

 따라서 국경을 전자적으로 넘나드는 디지털 무역에 관세를 부과할 것인지, 유형의 상품거래에 부과하던 부가가치세를 비트 상품에도 부과할 것인지 등등의 문제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정책적인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특히 비트 상품의 디지털 유통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부과 방식, 무역규범과 규제 장벽의 국제적 차이, 저작권과 불법복제 등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WTO 등 무역기구들은 소프트웨어의 디지털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자 상거래의 무관세화와 신규 조세 부과 금지 등에 거의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앞으로 비트상품의 거래에는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비트 상품의 확산은 소비자 선택권을 증대시키고 상품 수명주기를 더욱 단축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불가피한 업체간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시대 변화 추세를 잘 읽는 자만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비트 상품 제조업체들은 디지털 유통 방식의 도입으로 중간 유통 단계 생략과 물류비용 절감 등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결국은 소프트웨어 거래 비용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곧 훨씬 더 고객 지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비용으로 전이돼 소비자들은 더욱 만족스러운 상품구매가 가능할 것이다.

 갈수록 디지털유통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또 인터넷상거래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려는 선진국들의 세싸움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추세에 맞춰 우리도 경쟁력있는 비트상품을 개발, 국제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한다.

 21세기는 분명 아톰(Atom)상품 시대가 아니라 비트 상품의 시대가 될 것이다. 국내 정보통신 업계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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