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오랜 시간 동안 통신·컴퓨터·방송 등 각 경계 영역을 가로막고 있던 「칸막이」가 곳곳에서 해체되고 있다. 쉽게 얘기하면 20세기 가장 대중적으로 보급됐던 전화·컴퓨터·TV간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가장 보수적인 매체라고 여겨졌던 신문·잡지 등 인쇄매체도 가세하고 있다.
융합의 거대한 물결이 21세기 벽두를 수놓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융합의 핵심에는 「인터넷」이라는 요상스런 물건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지난 세기가 신기술의 시험 무대였다면 21세기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각종 정보통신기술이 총집결, 융합의 대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융합」 이전 단계의 서비스들은 아주 단순했다. 전화 서비스는 양방향이지만 일 대 일의 형태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협대역 서비스다. TV나 라디오는 단방향이지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광대역 서비스다. 컴퓨터는 양방향이 가능하고 협대역 및 광대역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대중성 면에서는 TV나 전화를 따라가지는 못한다.
그러나 융합의 시대에는 이 같은 구분이 무의미하다.
미 하워드대학의 매스컴 전문가인 한광접 교수는 『최근 일고 있는 융합의 다양한 형태들은 전화·우편 등 포인트 투 포인트(pointtopoint)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이고 인쇄매체·라디오·TV 등 매스미디어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아날로그 시대의 각 매체들은 콘텐츠·플랫폼·디바이스 등 측면에서 고정된 양식을 취하고 있었다. 콘텐츠 측면에서 볼 때 신문은 텍스트며 전화와 라디오는 오디오다. 또 TV·케이블TV·DBS는 비디오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 플랫폼 측면에서도 고정적이다. 종이·구리선·전파·위성 등으로 분리되어 있다. 수신장치도 전화·라디오 수신기·TV 수상기·케이블 컨버터·위성 세트톱박스 등으로 별개의 형태를 띤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콘텐츠·플랫폼·수신장치 등에 관계 없이 모든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서비스·플랫폼·수신장치간 상호 운용성이 증가하고 수용자들은 대중적으로 접속이 가능하지만 보다 개인적이고 분절화한 형태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융합의 사례들은 21세기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말 NBC·MSNBC·뉴스위크·워싱턴포스트지 등 미국의 유력 지상파 방송사와 인쇄 매체들은 점차 거세지고 있는 케이블TV와 인터넷 뉴스 제공업체들의 공세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뉴스 자료 공유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네티즌들은 MSNBC.com, 워싱턴포스트.com은 물론이고 앞으로 등장할 뉴스위크.MSNBC.com 등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동일한 뉴스 소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통신 사업자인 US웨스트는 최근 인터넷 접속, 양방향TV, 전화 서비스를 하나의 가입자 장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세트톱 박스를 가입자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가입자들은 세트톱 박스만 설치하면 전화·음성메일 및 E메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별도로 윈도를 띄워 TV를 시청할 수도 있다. 벨애틀랜틱은 이달 중순부터 가입자의 TV 화면에 전화를 거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표시해 주는 「TV 메신저 플러스」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미국의 인터넷 업체인 아이빔과 코뱃 커뮤니케이션은 지난해 말 ABC 방송의 쇼 프로그램인 「The Drew Cary Show」를 웹캐스팅 방식으로 전세계에 제공했는데 무려 190만명에 달하는 네티즌들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아직 케이블망을 이용한 전화 서비스가 시험단계에 불과하지만 케이블SO인 컴캐스트사는 자신의 네트워크를 통해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IP 텔레포니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워싱턴 대학은 차세대 인터넷인 「인터넷 2」를 통해 HDTV를 전송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디지털TV 방송의 핵심인 HDTV가 인터넷에 실려 전세계로 전송되는 것이다.
음악 채널인 MTV의 인터넷 사업 부문인 MTVi는 융합 시대에 맞게 「융합 프로그래밍」 전략을 내놓고 있다. 이는 MTV의 주 시청자층이 젊은이들이란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대부분 인터넷이 생활의 일부분이다. MTVi는 인터넷과 TV의 융합 전력을 구사, 인터넷쪽으로 빠져가는 네티즌들을 TV에 잡아놓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MTV 프로그램과 자사의 인터넷을 연동한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다양하게 기획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융합사례들은 향후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되면서 우리의 생활을 전면적으로 뒤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길수기자 ksj 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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