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331)

 다음날 아침은 날씨가 좋았고, 우리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공항으로 나갔다. 그녀는 왠지 우울한 표정이었다. 어제 밤에 잠을 제대로 못잤다고 하면서 피곤해 하였다. 왜 잠을 못잤는지 물어보기가 겁이 나서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공항에서도 그녀는 별로 말이 없었다. 이틀간의 여행 동안에 아무 일이 없었다는 것이 그녀를 실망시킨 것일까. 나는 후에 로버트 대위를 통해 러시아의 여성들이 갖는 정조 관념에 대해서 들었다.

 『러시아 여자들은 생각만큼 그렇게 정조 관념이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좋아하는 친구라면 관계를 가져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점에서는 극히 유럽적이지요. 성이 곧 결혼과 결부되지도 않고, 혼전 성경험이 죄악이라는 생각도 갖지 않습니다. 나타샤를 데리고 레닌그라드로 가서 이틀간 지냈으면서도 아무 일이 없는 것은 그녀에게 실례되는 일입니다. 그녀가 자진해서 그곳에 따라갈 때는 이야기 된 것이 아닙니까?』

 『미국으로 데려다 달라고 하는 등의 말을 해서 부담이 간데다, 왠지 나의 정서로는 내키지 않았지요.』

 『여긴 소련이니 소련 정서에 맞추어야지요.』

 『여기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젊은이들의 성 개방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군요. 유럽이나 미국, 한국처럼 러브호텔이 많은 곳도 아닌데 대관절 어디서 그런 기회를 갖습니까?』

 로버트는 빙긋 웃더니 설명을 했다.

 『집이지요. 모스크바 같으면 자기 집 아파트가 바로 사랑을 나누는 장소입니다. 왜냐하면 아침이 되면 대부분의 부모는 직장에 나갑니다. 여긴 남자나 여자 모두가 직장이 있기 때문에 집은 바로 빕니다. 그때 학생들은 여자의 집이나 남자의 집에서 사랑을 나누지요.』

 『그럼 주로 낮에 그 짓을 하겠네요?』

 『그 짓이 낮이나 밤이나 뭐가 차이가 있습니까? 어차피 몰래하는 사랑놀이인데.』

 로버트와 나는 웃었지만 왠지 허탈한 기분이었다. 레닌그라드를 다녀온 이후 나타샤는 서먹한 기분으로 나를 대했다. 그녀는 내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그것은 틀리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좋은 친구의 감정마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에 대한 나의 태도는 진실했고, 아마 그 좋은 감정이 사랑으로 비화되지 않은 것은 서울에 있는 송혜련의 존재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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