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에는 디지털 TV를 반도체나 CDMA 단말기처럼 우리나라의 전략적 기술품목으로 만드는 게 저희 연구원들의 목표입니다.』
LG전자 박종석 디지털TV 연구소장(42)은 올해 우리나라 전자정보통신업계가 가장 주목해야 할 엔지니어 중 한 사람이다. 단정하고 이지적인 외모에 시원스러우면서 친근감 넘치는 말투의 박 소장은 30대부터 이미 21세기를 이끌어갈 차세대 LG의 간판 엔지니어로 지목돼 왔다.
외과의사를 꿈꾸던 어린 시절, 그는 뭔가 만지고 뜯어고치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다. 집안에 온전한 가전제품이 남아나지 않을 정도였다.
『수업이 끝나면 학생 과학잡지를 보면서 라디오를 조립하는 일로 시간을 보내곤 했죠. 아버님이 아끼시던 카메라를 뜯었다가 망가뜨린 적도 있었습니다』라면서 박 소장은 사람좋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하면서 그는 엔지니어가 되기로 결심을 굳혔다. 당시 공무원이셨던 부친은 그의 공대진학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유년시절 딴 생각 없이 장난감 기타 만들기에 몰두했듯 평생 후회 없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은 엔지니어밖에 없다고 박 소장은 생각했다.
81년 대학을 졸업하고 KAIST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그는 비디오 영상분야와 인연을 맺게 된다. 아날로그 영상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장치인 코덱 연구 프로젝트를 ETRI와 공동으로 진행한 것. LG전자에 입사한 후에도 줄곧 비디오 영상분야에서 일해온 박 소장은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오면서 본격적으로 디지털 TV부문을 이끌게 된다. 갓 마흔을 넘긴 나이에 대기업 상무보라는 무거운 책임을 맡게 된 것이 때로는 부담스럽다고 박 소장은 말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하면서 산업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갖게 된 것에 늘 감사한다.
『새 천년이라고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고 봅니다. 쓸 데 없이 들뜬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는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자세가 중요하겠죠. 남자라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제 좌우명입니다.』
연휴를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조용히 보냈다는 박 소장은 새 아침을 맞아 지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으로 조직관리와 매니지먼트 방법론이 담긴 「이런 간부는 사표를 써라」를 꼽는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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