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팩, "99년은 잊고 싶은 악몽의 해".. 새해엔 새출발

 99년 12월31일, 미국컴퓨터업체 컴팩에 20세기 마지막인 오늘 하루는 빨리 지나갔으면 할 것 같다. 그만큼 컴팩에 99년 한해는 유쾌하지 않은 1년이었다.

 지난 98년은 디지털 인수, 4분기 순익이 월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48% 증가 등으로 행복한 한해였지만 올해는 2분기부터 경영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이래 경영진의 잇단 사퇴, 대대적 구조조정 등으로 고전한 한해였다.

 복잡한 공급망 때문에 비용 소모가 많았던 컴팩은 지난 3월에 새 딜러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등 직접판매를 시도했지만 PC 실적은 여전히 부진했다. 당시 최고경영자(CEO) 파이퍼는 이를 업계 전반적인 불황 탓으로 돌렸지만 다른 PC업체들은 매출이 증가해 호된 비난을 받아야 했다.

 결국 파이퍼 CEO는 물러나고 게다가 최고재무책임자(CFO) 매손이 회사 재정위기를 일부 분석가들에게 공개, 컴팩의 병이 확연히 드러나기도 했다.

 5월 들어 컴팩 경영진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공급체계(디스트리뷰터)를 39개에서 4개로 줄이는 대대적 경비절감책을 펴는 한편 IBM, HP, 선처럼 E비즈니스사업도 실시했다. 또한 6월에는 알타비스타를 CMGI에 23억달러에 매각하기로 하는 등 군살빼기에 본격 나섰다.

 4월 이후 CEO 자리가 공석이던 컴팩은 7월 2분기 실적발표 하루 전날 마침내 최고운영책임자(COO) 카펠라스를 새 CEO로 임명했지만 카펠라스의 CEO 데뷔는 2분기 실적 부진과 8000명 감원으로 출발부터 험난했다.

 컴팩의 운은 8월에도 나아지지 않아 이달에 발표한 8웨이 펜티엄Ⅲ 서버사업도 알파 프로세서를 채택한 윈도2000 개발 종언 소식으로 초반부터 암벽에 부딪혀야 했다.

 그러나 카펠라스 CEO는 10월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하는 새 PC 「프리자리오」를 발표함으로써 컴팩의 회생 가능성을 보여주게 된다.

 그는 또한 11월엔 보편적으로 채택하던 인터페이스를 단순화한 컴퓨터 「아이팩」을 선보였는데 아이팩은 디자인이 우수하고 가격이 싸 인기를 끌었다.

 또한 이전과 다르게 4개월만에 신속히 기업용 데스크톱을 발표하는 등 재기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다. 이로써 카펠라스 CE

O는 취임 이래 그의 경영자질을 평가할 수 있는 첫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됐다. 20세기 끝물에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컴팩이 21세기에 IBM, HP, 델과 같은 힘겨운 상대를 맞아 다시 추락할지 아니면 화려한 부활을 할지 주목된다.

<컴팩의 99년 주요 행보>

 1월:쇼핑닷컴(shopping.com)인수. 컴팩닷컴(Compaq.com) 온라인 판매 개시. 알타비스타 분사.

 2∼3월:CFO 매손이 금융데이터 공개. 상황 악화.

 4월:처음으로 분기별 순익에 적신호. 로젠 회장이 CEO 없이 임시로 회사 운영.

 5월:일련의 공장폐쇄 등 구조조정 단행.

 6월:카펠라스 COO로 임명. 기업부문 책임자 존 로세 퇴사. 회사 운영 3개 비즈니스 부문으로 분리. 알타비스타 CMGI에 매각.

 7월:카펠라스 CEO 취임. 8000명 해고 발표.

 8월:싱가포르 직원 1600명 감원.

 9월:비용절감을 위해 유닉스 개발 참여.

 11월:아이팩 발표로 PC부문에 활력. 웹어플라이언스 클리퍼 발표.

 12월:공급체계 개선 위해 이나컴 조립공장 인수 추진.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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