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끝자락에 매달린 올 한해 전자·정보통신업계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구조조정이었다. 김대중 대통령 체제는 IMF라는 암울한 터널을 탈출하기 위해 강력한 로켓엔진에 불을 지폈으며 재계가 이에 호응한 결과다. 이로 인해 국내 굴지의 그룹이 재편되고 전자·정보통신업계의 지도는 다시 그려져야 했다. 나라안에서는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유선전화 가입자 수를 압도한 것을 비롯, 인터넷 붐은 거의 모든 업체들을 「인터넷 해바라기」로 만들었다. 또 수많은 벤처그룹이 탄생했고 투자가들은 두려움 없는 베팅으로 화답했다. 나라밖에서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반독점 판정이라는 화살을 피할 수 없었으며 일본 NTT가 분할되고 미국과 유럽 등 유수의 통신사업자들이 인수합병(M &A) 열풍에 휩싸이는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한해를 기록했다.
정보기술(IT) 관련 주요부품의 세계 공급기지인 대만에서 9월 21일 발생한 대지진은 세계 IT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등 핵심부품의 생산거점이 밀집된 신죽 공업단지는 다행히 직접적인 영향권은 아니었지만 주변의 기간시설 마비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져 세계시장에 제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다. 이 결과 대만이 주력으로 하는 메모리 반도체 등의 가격이 폭등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의 메이저급 PC 제조업체들도 제품가격을 올리는 소동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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