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가치사슬은 한편으로 기회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중간업자들도 세계적인 위상을 정립, 보다 큰 스케일로 폭넓은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비스의 본질은 변해야 한다. 도매업에 종사하고 있는 우리의 의뢰인들조차도 「도매」라는 개념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우리의 의견에 동의했다. 대신 오늘날의 도매업체들은 현재의 활동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그것으로부터 가치 있는 기술과 전통적인 산업구조의 틀 밖에서 제공할 수 있는 정보자산을 추출해 내야 한다. 도매업자들은 금융업자, 물류 전문가, 아웃소싱된 판매 전후 지원업자, 그리고 그 이상으로 변해야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취급하는 제품을 정보로 포장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측정 가능한 가치를 부가해야 한다. 여행업계에 있는 한 의뢰인은 이렇게 말했다.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떠나야 한다』고.
기업들은 아이디어와 디지털 기술, 그리고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결합되었을 때 킬러앱을 풀어 놓는다. 아이디어를 내놓고 의지를 찾는 일은 3장에서 언급할 것이지만 기술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은 어디서 나오는가. 페덱스나 찰스스왑은 어떤 인터넷 기반의 고객 인터페이스가 가능한지, 언제 새로운 매체로 그 인터페이스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지를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버추얼 퓨얼 컴퍼니(VFC)는 어떻게 가까운 미래에 네트워크로 연결된 연료 탱크가 유망한 선택사항이 될 것이란 사실을 알았을까. 금융 인쇄업체인 보운&컴퍼니는 웹사이트를 개발하고 전자문서 포맷 작성방법을 어떻게 배웠을까.
우리가 잘 아는 대부분의 기업의 경우 혁신에 대한 투자는 대개 보수적인 모델을 따른다. 정보시스템 자금의 최고 90% 정도가 현재 시스템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데 쓰여지며 이들 시스템의 대부분은 오래되거나 한물간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나머지 10% 정도가 연구나 기술개발에 투자되지만 그 가운데서도 90%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의 차기 버전이나 SAP 같은 통합 애플리케이션 등 이미 성숙단계의 기술에 사용된다.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18개월 넘게 걸리는 기술개발에는 대개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그러나 무어의 법칙과 메트칼프의 법칙은 혁신이 다가오면서 임계질량에 이르고 있음을 보증한다.
문제는 투자형태와 투자 도구 사이의 잘못된 짝짓기다. 최근 있었던 다이아몬드익스체인지의 한 회의에서 임원들은 자신들의 투자전략을 소개했다. 그런데 그 내용인즉 혁신에 대한 투자는 5개년 계획과 투자수익률(ROI)에 근거한 사업 사례별 접근을 통해 결정하겠다는 것이 고작이었다. 만일 프로젝트가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투자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지속적인 노력에는 적합할지 몰라도 새로운 기술, 새로운 벤처, 혹은 일반적인 혁신에 투자할 때는 먹혀들지 않는다. 금융이나 전략분야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정보시스템 전문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수석 경영진까지 여태껏 상품이나 서비스의 형태로는 존재한 적이 없는 기술이 가져다 줄 수익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의 가치사슬을 파괴하거나 자산을 부채로 바꾸어 버릴지도 모를 실험에 대한 투자회수를 어떻게 계산할 수 있단 말인가. 동시에 책임 있는 경영자라면 재무분석을 도외시한 채 새로운 아이디어에 연구자금을 쏟아 붓고 무언가 걸려들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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