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생활전자.유통 부문 총결산> 유통

 올해 전자·정보통신 유통업계는 어느 해보다 사건이 많았다. 가전의 경우 오픈가격제의 도입과 특소세 폐지가 핫 이슈로 떠올랐으며 유통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할인점과 양판점이 세력을 급속히 확대, 기존 대리점 위주의 유통 구조를 위협했다. 또 홈쇼핑 분야도 시청자가 젊은 층으로 확대되고 가전제품같은 고가상품의 수요가 늘면서 또 다른 유통채널로 급부상,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이동전화시장은 4월 「보조금 축소」 방침에 따라 일시적으로 냉각기를 거치는 등 혼란을 거듭하다가 자금력을 앞세운 SK텔레콤이 하반기들어 발군의 실력을 발휘, 한국통신프리텔과의 2강 구도를 구축했다. SK텔레콤은 특히 최근 신세기통신을 사실상 인수함으로써 앞으로 더욱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PC유통 부문은 상반기까지 IMF 영향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이다 하반기들어 호전되는 듯했으나 인터넷PC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전체적인 수요감소로 이어져 조립PC업계가 위기에 빠졌다. 인터넷PC는 그동안 고가 고마진 구조의 PC 유통 구조를 저가 저마진 구조로 끌어내리는 데 기여했다.

가전

 가전 유통업계는 올해 대형 할인점과 양판점의 폭발적인 증가와 대리점의 격감 등으로 인해 기존 대리점 중심의 유통에서 신유통이 부상하는 구조로 개편되는 현상이 가속화 됐다.

 할인점과 양판점이 지난해 각각 63·88개에서 올들어 83·233개로 늘어나는 등 급증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대리점에만 물건을 공급하는 등 기존 유통망 사수에 적극적이었던 가전업체들도 신유통을 담당하는 부서를 신설하거나 판매 모델을 다양화하는 등 신유통점에 대해 많은 정성을 쏟았다.

 올해 대리점과 신유통점의 판매 비율은 70 대 30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에는 신유통점의 비중이 더 커져 60 대 40 정도가 될 것이라는 점이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그러나 신유통점들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기존 대리점의 경쟁력은 강화되고 있다.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전문가적인 인식이 없는 대리점들이 문을 닫은 반면 남은 대리점들은 구조조정과 철저한 회원관리 등으로 견실한 구조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할인·양판점으로 대표되는 신유통점의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존 대리점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할인·양판점업체들은 내년에도 매장을 대폭 확대해 할인점의 경우 51개가 늘어난 134개, 양판점은 67개가 늘어난 300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들 할인·양판점이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이동전화

 올해 이동전화 유통시장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안개시장」의 연속이었다.

 정통부가 공정경쟁환경 조성을 겨냥해 지난 3월 실시한 이동전화 의무가입기간 폐지와 보조금 폐지 정책은 「정부의 조급하고 무리한 시장개입」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3월 대란」과 「4월 한파」를 만들었다.

 「3월 대란」은 4월 가격인상에 앞서 소비자들이 앞다퉈 이동전화를 구입하면서 나타난 심각한 물량부족현상이고 「4월 한파」는 이로 인해 나타난 심각한 수요 급냉 현상이다.

 한파가 두달여 지속되면서 이동전화유통시장은 심하게 경색됐고 유통망 붕괴 현상을 빚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국 정부의 개입은 이동전화 유통시장에 많은 후유증을 남긴 채 중단됐고 또 다시 이동전화시장은 과열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이후 이동전화 유통시장은 과열현상을 유지하면서도 비교적 안정세로 돌아섰으나 9월에는 자금압박에 시달리던 4개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보조금 인하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10월부터 이동전화시장이 또다시 냉각됐다.

 그러나 이동전화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SK텔레콤은 보조금을 유지, 11, 12월 이동전화 유통시장에는 SK텔레콤 독주 현상이 나타났고 이같은 현상은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PC 대 조립PC

 컴퓨터 유통업계는 올해를 최악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IMF 한파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하반기들어 경기가 회복되는가 싶더니 정부가 지난 8월 초 초저가 인터넷PC 보급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인터넷PC에 대한 기대심리로 소비자들의 PC수요가 종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이후 10월 20일 12개 인터넷PC 공급업체들이 일제히 인터넷PC를 내놓고 판매에 들어갔으나 낮은 사양과 일부 업체의 조악한 부품 채택으로 판매실적은 기대에 못미쳐 결과적으로 PC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인터넷PC가 가져온 긍정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인터넷PC 출시 이후 대기업 PC의 가격이 인터넷PC 수준으로 크게 인하됐으며 인터넷서비스·PC통신·주변기기 등에도 가격인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이달 21일부터 인터넷PC 제품군에 펜티엄Ⅲ 500㎒급 제품이 새로 포함됨에 따라 앞으로 고급제품 수요를 잡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올해 케이블TV 홈쇼핑업계는 하루하루 최고 매출액을 경신하는 신기록 행진을 벌였다.

 이 업계 양대산맥인 LG홈쇼핑과 39쇼핑은 고객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면서 국내 홈쇼핑 문화를 다져 올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실제로 주부들이 중심이었던 홈쇼핑 이용고객이 젊은 층으로 확대되면서 고객이 크게 늘어났고 저가 생활용품 위주로 일어나던 수요가 가전제품 등 비교적 고가제품으로 옮겨가면서 매출도 큰 폭으로 확대됐다.

 LG홈쇼핑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 매출 2219억원보다 850억원 이상 늘어난 3070억원 정도에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말이 다가올수록 매출 증가세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는데 11월에는 하루 매출 28억3000만원이라는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39쇼핑의 올해 매출도 지난해 1923억보다 570억원 이상 늘어난 2500억원 선에서 마감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회사는 다방면에 걸친 제휴와 관련업체 인수 등으로 사세를 확장하면서 올해 사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LG홈쇼핑과 39쇼핑은 특히 올해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 통합방송법의 최대 수혜자다. 통합방송법이 시행되면 유사 홈쇼핑업체들은 설 땅을 잃게 되고 케이블TV 유료가입자 수가 현재의 3배 이상으로 급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LG홈쇼핑과 39쇼핑은 이를 감안해 내년 매출 목표를 각각 4035억원과 4000억원으로 책정하고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영하기자 yhpark @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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